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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박은태, 재능과 노력의 조화 [No.202]





박은태
재능과 노력의 조화

2016년 데뷔 10년 차였던 박은태는 본지의 한 코너에서 뮤지컬 인생의 그래프를 그린 적이 있다. 2006년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데뷔할 때가 10점이었다면 <프랑켄슈타인> 재공연이 예정된 2016년에는 80점을 주었다. 성대 결절로 고생했던 2009년 <노트르담 드 파리> 시절을 제외하면 기복 없이 성장해 왔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이후의 인생 그래프를 추가한다면 150점쯤으로 상승한 그래프가 완성될 것이다. 데뷔 이후 14년간 이처럼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뤄낸 배우가 있을까.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키워 정상의 자리에 섰다.

본격적인 뮤지컬배우의 길

경영학도 출신의 가수 지망생이었던 박은태는 2006년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데뷔한다. 가수 지망생으로 방황하던 시기 우연히 <라이온 킹>을 만났고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뮤지컬계에 그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는 비교적 빠르게 찾아왔다. 2007년 <노트르담 드 파리>에 그랭구아르로 캐스팅된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초연은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내한 공연이 워낙 큰 인기를 끌었고, 프랑스어에 익숙한 작품을 한국어로 할 때 거부감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무엇보다도 오리지널 프랑스 배우들에 버금가는 캐스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제작사는 기존 뮤지컬배우 군에서만 배우를 찾지 않고 시야를 넓혔다. 스타 마케팅 차원이 아닌 적역의 인물을 찾기 위해 가요계를 살폈고 뮤지컬계에서도 배우의 인지도나 경험에 연연하지 않았다. 맑고 청량한 음색, 무언가 묘한 긴장감을 주는 바이브레이션이 2007년의 박은태가 어필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로 전격 발탁되었다.

데뷔 1년 만에 그랭구아르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가 뮤지컬배우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을까. 박은태는 애초부터 뮤지컬배우를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기에 연기라는 큰 벽을 넘어야 했다. 20대 중후반의 나이는 조급함과 불안을 불러오기 쉬웠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전체가 노래로 된 성스루 뮤지컬이다. 노래에 강점이 있던 그가 도전하기에 유리한 작품이었다. 많은 우려와 관심을 받고 신인이 대거 참여한 작품인 만큼 제작사에서는 제작 과정에 충분한 시간을 들였다. 김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서울 본 공연으로 이어지면서 신인 배우들의 실력이 안정을 찾았고 작품도 무르익어 갔다. 그는 매력적인 음색으로 공연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본격적인 뮤지컬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성실과 노력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나 <햄릿>의 레어티스 역은 특별한 그의 음색의 매력을 잘 보여주었다. 앞선 역으로 배우로서의 재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모차르트!>는 뮤지컬배우 박은태라는 존재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매력적인 음색이 작품과 잘 맞아 빠르게 대극장 주연 배우로 떠올랐다. <모차르트!>를 만나기까지 그는 꽤 작품 운이 좋았다. 끊임없는 노력은 운을 실력으로 만들었다.성실과 노력. 배우 박은태를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단어다. 스스로도 천재형보다는 노력형이라고 규정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조인성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고 타고난 재주도 없고, 배우로서의 출발도 늦다”고 자신에 대해 무척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마음이 그를 안주하지 않게 했다. 그는 충분히 좋은 자질을 지녔다. 전형적인 미남형은 아니지만 개성 있고 매력적인 외모와, 누구와도 구별되는 묘한 음색을 지녔다. 여기에 더해 성실과 노력은 그의 자질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데뷔 초기만 해도 그의 보컬 능력은 신인 중 확실한 인상을 줄 만큼 눈에 띄었는데, 음이 떠 있고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형적이지 않은 목소리가 매력적이지만 발성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자기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20대의 박은태보다 30대, 그리고 40대에 진입하려는 지금의 그가 배우로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륜이 쌓여갈수록 연기가 무르익어 가는 배우는 많지만 노래 실력이 향상되는 배우는 많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테크닉적으로 해결하는 노련미는 생기지만 나이의 무게에 노래의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박은태는 달랐다. 테크닉은 물론이고 발성이 안정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해지다 보니 인물 표현력이 깊어졌다.



데뷔 때부터 그는 보컬 능력에 강점을 가진 배우였다. 청량한 미성의 고음, 그리고 묘한 매력의 바이브레이션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의 음색은 <햄릿>의 레어티스나 <엘리자벳>의 루케니처럼 불안정한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잘 어울린다. 모차르트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과거의 박은태는 확실히 불안정한 캐릭터랑 만났을 때 더 큰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인물들은 매력적인 조역이 더 많다. 극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주인공은 안정적인 소리가 뒷받침되었을 때 입체적인 캐릭터가 살아난다. 박은태는 진화했다. 꾸준한 노력으로 미성의 매력적인 고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안정감을 더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로버트는 그가 얼마나 연기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성숙했는지 보여줬다. 청량한 음색과 안정적인 발성의 조화로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면서도 입체적인 인물의 깊이를 더했다.

또 다른 정상을 향해

배우의 발전 단계로 치자면 확실히 전성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는다. 음악적으로 음색이 지닌 매력을 유지하면서 안정감을 더해 폭을 넓혔다면 이제는 연기적으로 폭을 넓혀가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로 인생캐를 보여주었다. 그는 언제나 맡은 역할에서 자기 몫 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인생캐라는 느낌을 주는 역할은 많지 않다. 늘 상위권에 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아쉽다고 할까. 선한 성품이 연기에서도 그대로 배어나는 그는 스위니 토드 같은 잔인하고 냉혈한을 연기할 때는 장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심하게 목에 면도날을 그으며 부르는 ‘조안나’ 장면만큼은 인생 장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그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로 출연한 적이 있다. 어느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캐릭터였고,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도전에 무게가 실린 시도였다. 지금의 박은태는 음악적으로 탄탄해졌고 배우로서 그만의 이미지가 생겼다. 이제 그 틀을 깰 시간이다. 이미지나 캐릭터가 어울리는 작품에서는 예상보다 잘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에서도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모범생적인 이미지가 강한 그에게 <킹키부츠>의 롤라 역시 떠올리기 쉬운 역할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많은 작품 중 <킹키부츠>를 선택했다. 성실함을 무기로 정상에 이른 그는 또 다른 정상을 향해 근거 있는 도전을 하고 있다. 정상에 오른 그이지만 여전히 확인할 것보다 기대할 것이 많은 배우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2호 2020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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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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