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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박은태, 거부할 수 없는 완벽주의자 [No.202]





박은태
거부할 수 없는 완벽주의자

11년 전 <더뮤지컬>과의 첫 인터뷰로 만난 박은태는 남들보다 시작은 좀 늦었지만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을 거라고 했다. 어차피 평생 할 일이니까. 비장한 각오를 담담하게 내비치던 이 신인 배우는 그로부터 1년 만에 당연하다는 듯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고, 그가 뮤지컬계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갔는지는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다. 2010년 이후 공연된 그해의 화제작 가운데서 박은태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까. 이제 어느덧 데뷔 15년 차를 향해 가는 2020년 현재, 그는 다시 10년 후에도 무대에 설 수 있길 희망한다고 겸손하게 웃어 보인다. 물론 박은태는 10년 후에도 무대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그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완벽주의자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기에.

재능과 노력이 만날 때

<모차르트!> 첫 공연을 마친 기분이 어떤가요. 초연부터 함께했던 작품이 10주년을 맞이해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모차르트!>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작품이나 다름없어요. 첫 공연을 마치고 많이 울었죠. 그리고 무대 인사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10주년 무대라는 것과 더불어 요즘 같은 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 감사했어요. 새삼 공연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관객분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죠. 공연은 관객 없이 존재할 수 없잖아요. 모두가 처음 겪는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분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전성기 시절의 연세대 농구부를 이끌었던 최희암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이런 명언을 남긴 적이 있어요.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데도 농구 선수들이 대접받을 수 있는 건 팬이라는 존재 덕분이라고, 그러니까 그 고마움을 잊지 말고 팬들에게 잘해야 한다고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도 생산적인 일과는 거리가 있잖아요?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박수와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죠.

10년 전에 제작사에서 <모차르트!>를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뭐였어요?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기분은 진짜 좋았어요. 저한테는 첫 주연작이었으니까. 사실 제작사한테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모차르트 역의 얼터네이터를 제안받았어요. 그런데 연습에 들어가면서 커버 역할을 맡게 됐죠. 돌이켜 보면 저 그때 정말 전투 모드였던 것 같아요. 연습 기간 내내 제일 먼저 연습실에 도착해서 제일 마지막에 연습실을 나왔어요. 이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뮤지컬배우로서 다신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잘하진 못하더라도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더니, 다른 모차르트 역 형들이 감사하게도 출연 회차를 양보해 주셔서 총 7번이나 무대에 설 수 있었죠. 원래는 한 번만 무대에 설 예정이었거든요. 여러모로 운이 좋았죠.

그때부터 ‘박은태’ 하면 노력과 성실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죠. 십 년 넘게 활동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터뷰 기사마다 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혹시 그에 대한 부담을 느낀 적은 없나요.노력파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럽진 않아요. 다만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어요. 제가 유별나게 성실한 것처럼 비치는데, 사실 저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들도 많거든요. 제 경우엔 첫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하다 보니 그 후로 쭉 거기에 포커싱이 맞춰진 것 같아요. <모차르트!> 이후에 주목을 받으면서 인터뷰할 기회도 많았고요. 뮤지컬배우들 중에서 저만 특별히 노력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이번에 꼭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꼭! (웃음) 예를 들어, (유)준상 형이나 (류)정한 형을 보면 공연할 때 자기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하시는데요. 형들하고 공연하면 제가 많이 보고 배우는데, 두 분 다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죠. 그걸 겸손하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에요.

뮤지컬배우들은 매일 라이브로 공연하다 보니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같아요. 애주가라 해도 공연 기간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배우들도 꽤 봤어요.올해 초에 <스위니 토드>를 끝내고 나서 <모차르트!> 연습에 들어가기까지 제가 몇 달 쉬었던 기간이 있어요. 그때 김준현 씨가 방송에서 말한 ‘맥주 T.P.O(시간, 장소, 상황)’를 따라해 봤다가, 우와! 세상에 이런 행복이 다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특히 집에서 아내하고 육아 피로를 푸는 데 아주 좋더라고요. (웃음) 물론 공연 연습이 시작되면서 딱 끊었지만요. <모차르트!> 첫 공연을 올린 어제만 아내랑 기념으로 한잔했고, 다음 잔은 <킹키부츠>가 개막하면 첫 공연을 마치고 나서 마시기로 했어요. 그날을 목표로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웃음)


지난 10년 동안 흐트러짐 없이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엄격한 자기 관리였네요.예전 인터뷰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뮤지컬배우는 예술가하고 운동선수를 합쳐 놓은 직업 같아요. 공연과 연습을 반복하면서 예민하게 자기 관리를 하다 보면 제 자신이 중요한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 동안 매일 훈련하듯 1년 365일을 보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컨디션 조절 모드를 일주일 이상 풀어놨던 적은 없어요. 아무런 스케줄이 없는 날에도 보통 노래 레슨을 받거나 다른 무언가를 배우고요. 저한테는 이런 생활 패턴이 습관이 돼서 그런지 휴가를 가더라도 일주일 이상 쉬면 마음이 불안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다행히 좋은 아내를 일찍 만난 덕분에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아내는 언제나 저한테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아요. 배우로서 이른 나이에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것도 아내였고요. 제 인생에서 참 고마운 사람이죠.

배우가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인생사를 겪으면 연기가 깊어진다고 하잖아요. 은태 씨도 아이가 생긴 이후에 그런 변화를 느껴요?그럼요, 육아는 연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의 끝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내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이러다 스트레스로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위기의 순간을 겪게 되죠. (웃음) 하지만 제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아내가 고생하는 것에 비할 순 없을 거예요. 아, <모차르트!> 첫 공연을 저희 큰애도 보러 왔거든요? 올해 초등학생이 돼서 드디어 아빠가 하는 실제 공연을 보게 됐는데, 이전에 드레스 리허설 하는 걸 많이 봐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만큼 리액션이 크지 않더라고요. 아빠가 무대에서 박수 받는 모습을 보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마음의 상처를 받았어요. (웃음)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

얼마 전에 <킹키부츠>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어요. 최근에 주로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를 맡다 보니 소울이 충만한 드래그 퀸 롤라는 꽤나 파격적인 시도 아닌가 싶어요.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딱 제안을 받게 됐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몇 년 동안 비극성이 강한 작품을 계속하다 보니, 에너지를 소진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 하고 싶더라고요. 관객분들에게도 밝은 기운을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요. 롤라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창법을 익혀야 하는데,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한 뼘 더 넓히려면 이런 도전이 필요해요. 배우는 아무래도 작품을 통해 성장하니까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자세가 바람직한 것 같아요. 정체되어 있지 않으려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작품을 선택할 때 팬분들을 생각하게 돼요. 저를 오랫동안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 같은 걸 느낀달까요. 제가 엄청난 대중적인 스타도 아닌데, 공연을 꾸준히 보러 와주신다는 게 참 감사하거든요. 너무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계속하면 팬의 입장에서 지루할 수 있으니까, 조금 힘들고 고생하더라도 계속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죠.

이전에도 작품 선택에서 큰 결심을 내렸다 싶은 순간들이 있었어요. 대표적으론 2014년 <지킬 앤 하이드>가 그렇죠. 과거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으니까요.<지킬 앤 하이드> 첫 공연을 마치고 백스테이지로 걸어 나올 때 저 진짜 엄마 잃어버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어요. (웃음) 그날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꼈거든요. 제가 ‘지킬’을 한다고 했을 때 ‘미성의 박은태가?’ 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게다가 10주년 기념 공연에 참여해서 이 작품의 상징 같은 정한 형하고 (조)승우 형이랑 같은 시즌에 출연해야 했잖아요. 그 부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그 작품을 선택했던 이유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당시에 그런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죠. 제가 잘할 수 있는 작품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의 캐릭터를 맡으면 누구보다 제 자신에게 자극이 돼요. 저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뮤지컬을 하고 싶기 때문에 이런 동기 부여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캐스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아는 상태에서 한 작품을 준비하고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도대체 그 압박감을 어떻게 버틸 수 있나요. 그건 배우의 숙명 같아요. 게다가 뮤지컬은 한 역할에 두세 명이 캐스팅되잖아요? 특히 지난 시즌에서 이미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배우들이 캐스팅된 팀에 새롭게 합류할 때, 그때의 압박감은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연습실에서 사람들이 다 나만 보는 것 같고, 근데 왠지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 것 같고, 혼자서 별별 생각이 다 들죠. 아마 <킹키부츠>를 할 때도 같은 상황을 겪지 않을까요. 그런데 다행히 지난<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상대가 이 작품에 쏟은 시간을 인정하지 않고, 나는 왜 저렇게 할 수 없지 자책하는 순간 작품에서 제가 삐끗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쉽게 말해, 1년 동안 이 작품을 공연한 배우하고 이제 처음 이 작품을 연습하는 저하고 당연히 경험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잖아요.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대신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면 그 노력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 같아요.

흔히 박은태의 대표작을 말할 때 <모차르트!>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프랑켄슈타인>을 많이 언급하잖아요? 외부의 평가와 상관없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은 작품이 있을까요.<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저한테 애증의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연할 때마다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세상에서 제일 많이 읽히는 책인 성경을 원작으로 뮤지컬의 교과서라 할 수 있을 만큼 잘 만든 작품인데 말이죠. 물론 흥행이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최선을 다한 작품이 성공하지 못하면 마음이 쓰여요. 다시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닥터 지바고>를 할 때는 방송을 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야 하나, 그러면 작품 흥행에 좀 더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도 했어요. 예전에 공연 홍보차 방송에 나갔을 때 별 도움이 안 됐던 것 같지만요. (웃음)

<프랑켄슈타인>은 창작뮤지컬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니까 초연 멤버로서 애착이 클 것 같아요. 이 작품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도 받았고요.공연이 개막하던 날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정한 형하고 제가 프리뷰 첫 공연 캐스트였거든요.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공연 시작 전에 형이랑 저랑 둘이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원래 준상 형이랑 첫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형이 개막을 며칠 앞두고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캐스트가 바뀐 거였거든요. 극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바들바들 떨면서 첫 공연을 준비했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다들 부둥켜안고 울었고요. 며칠 빠르게 첫 공연을 하게 됐는데도 훌륭한 무대를 보여준 정한 형이 얼마나 존경스러웠는지 몰라요. 지금 생각해도<프랑켄슈타인>은 정말 너무 힘든 작품이라 다시 공연하라고 하면 선뜻 ‘네!’라는 말이 안 나올 것 같아요. 저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작품인 만큼 예전처럼 잘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뮤지컬만을 향하는 열정

2010년 독일 최고의 뮤지컬배우 우베 크뢰거가 한국에 왔을 때 인연이 돼서 그의 유럽 투어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한 적이 있잖아요? 뮤지컬배우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또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들이 있을까요?우베 크뢰거 이야기를 하시니까 그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요. 무대에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할 것 같은 아우라를 뿜어내는데, ‘그래, 뮤지컬배우는 이래야지’ 하고 참 많은 걸 느꼈어요. 노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그런 배우가 자신의 공연에 게스트로 초청해 줬으니 그때 제 기분이 어땠겠어요. 심지어 뮤지컬배우 경력이 얼마 안 됐을 때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거잖아요. 오스트리아에서 솔로곡으로 <모차르트!>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불렀을 때, 노래가 끝나자마자 관객들이 기립해서 박수를 쳐주던 광경은 진짜 못 잊을 것 같아요. 그날 공연이 영상으로 남아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런 기록이 없어 너무 아쉬워요.

요즘에는 뮤지컬배우들도 개인 콘서트를 많이 하는 추세인데, 지금까지 단독으로 콘서트를 한 적이 없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저도 정말 개인 콘서트를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이왕 콘서트를 할 거라면 준비를 진짜 많이 하고 싶은데, 그 ‘진짜 많이’의 시간이 안 나서 아직 도전을 못 해보고 있어요. 제가 콘서트를 한다고 하면 관객분들은 <모차르트!>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겟세마네’, <프랑켄슈타인>의 ‘난 괴물’ 같은 곡을 들으러 오실 것 같거든요. 그 노래들을 한 공연에서 제대로 다 소화하려면 제 목 컨디션이 좋아야 하는데, 다른 작품하고 콘서트 준비를 병행하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게다가 작품별로 그에 맞게 창법을 바꾸다 보니 콘서트를 하려면 작정하고 쉬면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최소한 3개월은 쉬면서 준비해야 저도, 관객분들도 만족할 만한 공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시기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혹시 뮤지컬계에 바라는 점은 없는지요.내가 만약 뮤지컬을 못하게 되면 나는 뭘 하고 살지?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 저는 뮤지컬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고요. 그만큼 뮤지컬이 좋기도 하고요. 그런데 주위에서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어요. TV에 또 안 나와요? 영화는 안 해요? 그럼 저는 ‘나는 뮤지컬을 하는 사람인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싶은 거죠. 물론 상대가 뮤지컬을 비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말한 건 아니지만, 뮤지컬이 방송이나 영화보다 한 단계 아래 있는 장르처럼 여겨질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럴 때면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키는 뮤지컬배우들이 뮤지컬계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해지죠. 저 또한 뮤지컬배우의 자리를 꾸준히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싶고요.

이번 인터뷰는 <더뮤지컬>이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기념으로 한 거잖아요. 만약 10년 후에 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만난다면 그때까지 뮤지컬배우로서 더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제가 2010년에 <더뮤지컬> 10주년 기념 콘서트에 출연했잖아요? 2030년이면 저도 뮤지컬을 시작한지 20년이 넘는 거니까, 그때는 인터뷰 말고 특별한 공연을 같이 해볼까요? (웃음) 이제는 ‘내가 이 작품에 가장 빛나겠다’거나 ‘여기서 일등을 해야겠다’ 같은 생각은 안 해요. 그런 시기는 다 지나왔죠. 배우한테 중요한 건 ‘이 작품에 내가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느냐’더라고요. 관객분들이 10년 후에 제 공연을 볼 때에도 작품에 잘 어울리는 모습을 유지하는 게 지금의 거의 유일한 목표예요. 그리고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나라 뮤지컬 작품들이 해외에 알려져서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는 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2호 2020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글 | 배경희
사진 | ROBIN KIM
styling | 마연희 (M Style) , hair | 김환, make-up | 김범석, bike | 트렉바이시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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