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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어쩌면 해피엔딩> 전미도, 실패 없는 선택 [No.201]





<어쩌면 해피엔딩>전미도
실패 없는 선택

성공보다 실패가 어려워 보였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언제나 그렇듯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 한 번에 홈런을 날린 전미도. 전국의 시청자를 사로잡았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대중에게 성큼 다가간 그녀가 <어쩌면 해피엔딩>의 사랑스러운 로봇 클레어로 돌아온다. 혹시라도 그녀를 무대에서 오랫동안 못 보면 어쩌나 마음 졸였던 관객들의 확실한 해피엔딩을 위해서.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 기회

2018년 <닥터 지바고> 인터뷰 때, 기회가 되면 낯선 환경에서 작업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올해 그때의 바람대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났죠.재작년부터 공연을 조금 더딘 속도로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 마음이 왜 그랬는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당분간 공연을 쉬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싶더라고요. 거의 5년 동안 한 작품을 끝내면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는 식으로 쉼 없이 달려왔으니 제 자신을 충전할 시간이 필요했나 봐요. 작년에 이런 이유 때문에 아쉽게 출연을 고사한 적이 있는데, 만약 그때 그걸 하기로 했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못 만났을 거예요. 나중에 드라마 출연이 확정되고 나서 나한테 배우로서 새로운 운이 들어오려고 무작정 쉬고 싶었던 건가 싶더라고요. 좀 신기했어요.

성공이 예견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오디션에 붙었단 소식을 들었던 그날 하루만 기뻤고, 다음 날부터 바로 부담이 몰려왔어요. 하지만 제 안에서 부담이 커지면 커질수록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것 같아서 최대한 결과에 대한 생각을 버리려고 노력했어요. 드라마에서 어떤 평가를 받든 내가 한 연기이고,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앞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바꾸면 되니까 사람들 반응에 집착하지 말자 싶었죠. 대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더 생각하고, 현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나올 거라 생각했어요.

이번 달에 열리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신인 연기상 후보에 올랐죠. 공연 쪽에서는 다시 받지 못할 상이니까 아무래도 기분이 새로웠을 것 같아요.저 이번에 진짜 제대로 힐링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중심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은 처음 해보는 거니까 촬영하는 동안 새로운 메커니즘을 습득하면서 연기하는 게 즐거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시상식 후보까지 된 거예요. 수상 결과와 상관없이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기뻐요. 그리고 같이 후보에 오른 배우분들의 드라마를 저도 봤거든요. 매력적인 데다 연기도 잘하는 배우들 사이에 제가 껴 있다는 게 감사하죠.

무대에서 공연할 때 관객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였잖아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객 없이 연기하는 건 어땠나요. 드라마 현장은 촬영 스태프들이 관객 수만큼 많아서 또 다른 관객 앞에 서는 느낌이에요. 제가 처음 참여했던 드라마는 재작년에 방영된 <마더>인데, 그때는 많은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낯설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번에는 전작과는 다르게 쭉 등장하는 역할이기도 했고, 스태프분들이 드라마 쪽에서는 신인인 저를 배려해 주신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 하나 느낀 게 있다면, 드라마 촬영은 매 장면 연기가 끝날 때마다 감독님이 ‘OK’나 ‘NG’ 같은 피드백을 주시니까 그런 데서 오는 재미가 커요. 오케이 사인을 받으면 저는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웃음)

이번 장면도 잘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에요? 전 원래 공연할 때도 연출 팀에 굉장히 의지해요. 연출 팀은 우리가 준비하는 공연의 첫 번째 관객이 되어주는 분들이니까요. 연기하다 무언가 잘 안 풀릴 때는 반드시 연출가에게 의견을 구해서 ‘이런 면이 더 도드라지면 좋겠다’ 하는 식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계속 받아요. 연출가가 볼 때 제 표현이 ‘OK’라면 관객분들도 좋아할 거라 믿거든요. 물론 어떤 때는 관객분들의 반응이 제 예상과 다를 수도 있죠. 하지만 같이 작업한 사람들과 함께 지금 내가 연기하는 이 캐릭터를 향해 왔고, 결과가 스스로 만족스러웠다면 그 이상은 욕심내지 말자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어요.

이번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단기간에 베이스 치는 법을 배운 걸로 아는데, 예전에 뮤지컬 <원스>를 할 때도 피아노를 배워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했어요. 음악적 습득력이 좋은 걸까요.악기를 배우는 일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처음 접하는 악기를 손에 익히려면 시간 내서 꾸준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는데, 혼자서 몇 시간 동안 연습을 반복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무언가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에 대한 즐거움을 찾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이번에는 <원스> 때 이미 한 번 경험해 봐서 그런지 실력을 조금씩 늘려가는 재미를 빨리 찾았어요. 어쩌면 더 짧은 기간 안에 배워야 해서 의식적으로라도 빨리 재미를 찾아야 했던 건지도 모르지만요. (웃음) 촬영이 새벽에 끝나는 날에도 자기 전에 베이스를 한두 번 쳐보고 자야 마음이 편했어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배우 전미도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 높아졌어요. 자연스레 결혼 에피소드 같은 개인사가 온라인에 퍼지기도 했는데, 사적인 영역을 다루는 일련의 기사에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나요. 대중을 상대하는 배우들에겐 통과의례일지 몰라도, 미도 씨는 SNS를 활발히 하거나 사생활을 드러내는 편이 아니었으니까요. 제 인스타그램 사진이 기사에 사용되는 걸 보고 처음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애초에 제가 모두 볼 수 있게 올려둔 거라 해도 개인 사진을 허락 없이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드라마 방영 중간에 비공개 설정을 해뒀는데, 지금은 다시 공개 계정으로 돌려놓았어요. 사람들이 사진을 볼 수 있게 공개해 달라고 해서요. 저는 처음 겪는 일이니까 아직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진 않아요.

배우로서 활동 장르가 하나 더 늘어나서 좋은 점이 있다면 뭘까요.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 무척 감사한 일이에요. 특히 내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환경에 부딪쳐 보면, 그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씩 달라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그게 결국 연기에도 도움을 주고요. 하지만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저는 기본적으로 저를 무대 배우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공연을 보면서 배우를 꿈꿨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마지막까지 활동하고 싶은 곳도 무대죠. 제가 저한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영화도 하고 공연도 하는 외국의 유명한 배우들처럼 장르를 오가면서 오래도록 활동하는 거예요.

함께라서 더욱 특별한 기억

<어쩌면 해피엔딩> 출연 소식은 조금 뜻밖이었어요. 드라마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니까 아무래도 당분간은 무대에서 보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사실 저도 이렇게 빨리 무대에 복귀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휴식이 너무나 절실했거든요. (웃음) 하지만 제작사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신데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마음이 움직였어요. 공연 기간도 제 스케줄하고 잘 맞았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연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가 딱 원하는 시기에 올라와서 삼박자가 딱 맞았어요.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제목과 시놉시스만 나온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어요. 창작자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컸던 거겠죠?저는 두 사람을 굉장히 신뢰해요. 천휴와 윌은 무언가를 시도할 때 명확한 이유 없이 그냥 하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같이 작업하는 동안 그런 믿음을 갖게 됐어요. 둘은 작업할 때 굉장히 치열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진짜 많이 싸워요. (웃음) 하지만 그런 창작의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죠. 설령 제가 기대한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같이 작업하면 즐겁기 때문에 전 앞으로도 두 사람과의 작업을 항상 우선순위에 둘 것 같아요.

첫 번째 정식 공연 이후에 열린 특별 음악회에도 참여했으니, 이 작품이 세상에 나와 관객과 만난 대부분의 과정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심지어 2016년 뉴욕에서 열린 미국 공연 버전의 낭독회도 보고 온 걸로 알아요. 몇 달 전 애틀랜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이 올라갔을 때도 보러 가고 싶었어요. 물론 창작자들하고 두터운 친분이 있어서 그렇지만, 작품의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공연은 같은 대본이어도 참여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니까, 미국에서는 과연 어떤 연출가가 어떤 배우들과 어떤 장면들을 만들었을지, 이 작품을 가지고 무슨 아이디어를 떠올렸을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어쩌면 해피엔딩>은 출발선에서 함께한 작품인 만큼 저한테도 특별해요.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개발을 담당했던 우란문화재단 피디하고 트라이아웃 공연 개막하면 같이 보러 가자고 했는데, 드라마 촬영 종료 시점이 예정보다 늦춰지면서 계획이 무산됐죠.

활발히 활동하다 보면 워크숍 공연에 참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짧은 공연 기간에 적지 않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하니까요. 워크숍에 참여할 때 배우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은 뭐라고 생각해요?워크숍 공연은 완벽하게 완성된 대본을 가지고 연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배우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느냐에 따라 작품이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어요. 저는 워낙에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과정을 좋아해서 그 과정 속에 내가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론 워크숍 공연이 상업 공연보다 마음 편하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요. 결과물에 대한 부담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배우들이 가능성 있는 워크숍에 많이 참여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다시 <어쩌면 해피엔딩> 대본과 마주한 소감은 어떤가요. 이 작품에 담긴 사랑 이야기가 여전히 마음을 저릿하게 했을까요.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는 올리버와 클레어의 모습은 너무나 순수하잖아요? 수명을 다해 가는 두 로봇이 자기로 인해 상대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서로 사랑한 기억을 지우겠다고 하는 장면은 여전히 저에게 큰 울림을 줘요. 보통 현실의 사랑은 그렇게 이타적이지 못하니까요. 나의 감정보다 상대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언제나 무척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지죠.

전미도가 연기하는 클레어가 진짜 로봇처럼 보였던 순간은 처음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할 때였어요. 감정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죠.올리버하고 클레어가 난생처음 어떤 감정을 느끼고 호기심에 서로의 몸을 만져보는 그 장면을 저희끼리는 ‘터치 시퀀스’라고 불러요. 트라이아웃 공연을 준비할 때 이 장면은 연출님께서 배우들에게 느껴지는 대로 표현해 보라고 하셨죠. 대본에 ‘만지고, 안고, 뽀뽀한다’는 지문이 있었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배우의 몫이니까요. 그래서 정말 순간 느껴지는 대로 움직여봤는데, 안무 선생님이 그걸 보시고선 동작화해 주셨어요. 저도 그 장면에서는 공연 때마다 전율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신기하죠.

이번 시즌 클레어에 같이 캐스팅된 배우들은 둘 다 신인 배우들이라 같이 연습하다 보면 신선한 에너지를 느낄 것 같아요. 어제 연습실에서 두 배우가 노래하는 걸 들었거든요? 둘 다 클레어에 무척 잘 어울려요. 신인 배우 특유의 맑은 느낌이 캐릭터에 딱이더라고요.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툴더라도 순수해 보여야 하는 역할이라, 저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신인 배우들이 하기에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재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도 저는 이제 나이가 어리지 않으니까 이 작품을 보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거든요. 좋은 후배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이요. 어쩌다 보니 다시 이렇게 돌아왔는데, 저희 팀에 (정)문성 오빠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웃음)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가 한 팀에 모인 만큼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길 기대해요.

어디선가 배우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응원을 전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모든 배우들에게 저마다 다른 사연이 있을 텐데, 제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한가지,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반드시 꽃을 피울 거라는 말은 해주고 싶어요.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연기하면, 언제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 모습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가치를 알아본 사람은 어떤 일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 사람을 반드시 떠올려요.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절대 놓치지 않는 것 같아요. 이건 불변의 법칙이라고 생각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1호 202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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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배경희
사진 | 김현성
styling | 천유경 hair | 김우준 make-up |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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