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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N LONDON] <이집트 왕자>, 뛰어넘지 못한 원작의 영광 [No.199]





<이집트 왕자>
뛰어넘지 못한 원작의 영광


웨스트엔드에 오른 대형 신작 뮤지컬

런던의 상업 극장가인 웨스트엔드에는 <조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북 오브 몰몬>, 그리고 <갓스펠>로 상징되는 성서에 기반을 둔 뮤지컬 그룹이 있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의 작품이 소개되었는데 바로 모세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낸 <이집트 왕자>이다.

나일강에 떠내려 온 아기(모세)가 이집트의 왕자가 되고 결국엔 억압받던 히브리 사람들을 구원하는 운명을 다룬 뮤지컬 <이집트 왕자>는 2017년 10월 6일 마운트 뷰 시어터에서 스콧 슈왈츠 연출로 초연되었다. 그 이듬해 조금 더 큰 무대를 찾아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안무를 더해 코펜하겐의 왕립 덴마크 시어터(Royal Danish Theatre)에서 숙성시킨 뒤 마침내 런던 상업 극장의 성지인 웨스트엔드 도미니언 시어터에 올랐다. 지난 2월 25일 언론 공개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약 39주간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버지와 아들 듀오

먼저 이 작품엔 연출가보다 언제나 스티븐 슈왈츠의 이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데, 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품 속 음악들을 만들어낸 뮤지컬계 거장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슈왈츠 대표작

1 <위키드> (2003) 작사/작곡 (뮤지컬 및 영화)

2 <피핀> (1972) 작사/작곡 (뮤지컬 및 영화)

3 <노틀담의 꼽추> (1996) 작사 (뮤지컬 및 영화)

4 <갓스펠> (1971) 작사/작곡 (뮤지컬 및 영화)

5 <포카혼타스> (1995) 작사 (영화)

6 <이집트 왕자> (1998) 작사/작곡 (뮤지컬 및 영화)

7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 2007) 작사 (영화)

8 <래그스> (1986) 작사 (뮤지컬)

9 <베이커스 와이프> (1976) 작사 / 작곡 (뮤지컬)

10 <워킹> (1978) 작사 / 작곡 / 연출 / 극작 (뮤지컬)

스티븐 슈왈츠가 <이집트 왕자>의 음악을 맡은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무대 작업을 위주로 하던 슈왈츠는 디즈니와 손잡고 애니메이션 뮤지컬 <포카혼타스>와 <노틀담의 꼽추>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디즈니의 차기작인 <뮬란>을 앞두고 본인이 쓴 곡을 디즈니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작곡가를 선임하자 크게 실망해 드림웍스로 떠나게 된다. 당시 드림웍스는 디즈니와의 경쟁작인 뮤지컬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스티븐 슈왈츠가 <뮬란>을 위해 작곡한 음악을 들고 드림웍스로 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 왕자>는 2억 달러 이상 흥행 수익을 거뒀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토이 스토리>와 <뮬란>에 묻혀 크게 조명 받지 못한다. 그렇게 20년이 흐른 후 마침내 뮤지컬 공연으로 재탄생하게 됐으니 이는 분명 작곡가에게 새로운 감회로 다가왔을 것이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스콧 슈왈츠는 작년 한국에서 초연된 <빅 피쉬>를 지휘했던 인물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스티븐 슈왈츠의 아들이다. 거장인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팀에 합류해 세계 초연과 웨스트엔드 초연을 지휘한 것이다. 슈왈츠 부자의 조합은 <노틀담의 곱추>(2014)에 이어 두 번째이다. 웨스트엔드에서 <위키드> 같은 10억 달러 이상의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2008년 10주 공연 후 막을 내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기억에서 사라져버릴지, 벌써부터 흥행 성적을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미 알려진 영화가 라이브 무대로 다시 나올 땐 필연적으로 그 이유를 관객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버지의 감회와는 달리 아들은 부담이 앞서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해 이들 가족사를 보고 있으면 공연 속 이집트의 왕 세티의 기대를 저버린 왕자 모세와 뮤지컬계 타이탄 급인 아버지 스티븐 슈왈츠의 기대를 저버린 아들 스콧 슈왈츠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진다.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무대 비주얼

<이집트 왕자>는 성서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간단히 요약하면 새 파라오 세티는 노예인 히브리인들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두려워 히브리인 신생아 남자 아기를 모두 나일강에 빠뜨려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 위험한 순간에 운명처럼 태어난 남자 아기가 이집트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갈대 바구니에 담긴 채 나일 강가로 떠내려 오는데 마침 시녀들과 목욕하러 나일강에 온 한 왕녀가 이를 발견한다. 왕녀는 남자 아기를 가엾게 여겨 그를 양아들로 들이기로 하고 모세란 이름을 지어주며 친아들처럼 돌봐준다. 모세는 성장하면서 무술과 지혜가 뛰어난 젊은이로 자라지만 성인이 된 후 공사장에서 한 이집트인 감독이 히브리인 노예를 매질하는 것을 보고 파라오에게 히브리인들의 자유를 요구한다. 파라오는 당연히 거부하고 히브리인 노예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조치로 대응한다. 파라오의 고집을 꺾지 못하자 모세는 기적을 통해 재앙을 발동시키고 마침내 히브리인들을 해방시킨다.

이미 애니메이션 영화로 알려진 작품을 뮤지컬로 보려고 극장까지 찾아온 관객들은 <이집트의 왕자>에서 누구나 기억하는 단 한 장면을 기대할 것이다. 총 2,163석 규모의 2층 구조로 된 도미니언 시어터의 무대는 실로 거대하다. 그 거대한 무대에서 홍해의 기적, 즉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모세가 홍해를 가른 기적을 어떻게 라이브로 구현할지 말이다. 웨스트엔드 초연 전에 진행된 여러 인터뷰에서 스콧 슈왈츠는 이런 극적인 장면에 대한 관객의 기대는 ‘도전이자 동시에 흥분’을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직’은 없었다. 홍해나 피로 오염된 나일강, 그 외 스펙터클(?)한 재앙들을 모두 영상으로 대체한 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공연의 최대 장점인 상상력을 저해했다. 그저 장치를 대신하는 게으른 방식의 영상 도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우들과 무대에 사용된 영상 이미지들이 상호 교류적이지도 않았으며 영상 기술과의 접목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새로움조차 찾을 수 없었다. 갈라진 홍해에서 중심을 잃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갈 길을 잃어버리는 무대는 거대한 사이즈에 눌려 시공간을 초월하지 못해 전혀 입체적 공연으로 보이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영화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이렇게 무너졌다.

물론 영상 사용 하나만으로 이 작품의 모든 장면들을 평가할 수 없다. 특히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미국 팝 가수의 안무가로 잘 알려진 숀 치즈먼의 역량은 이번 작품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듯하다. 하지만 무대 디자인은 아쉬움을 남긴다. 케빈 드피넷이 디자인한 무대 장치는 배우의 동작에 따라 흔들림이 감지될 정도로 견고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피라미드를 만드는 파편화된 석조 소품들의 다양한 결합으로 이집트의 상징 조형물을 표현하는 것은 빠른 장면 전환의 완성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영국 무대에서 사랑받는 제트로 역의 배우 게리 윌모, 모세의 아내가 되는 지포라 역의 크리스틴 알라도, 성직자 호텝 역의 아담 피어스는 등장할 때마다 개성과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신 스틸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소스들을 확보하고도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 모세와 배다른 형인 람세스의 관계에 높은 비중을 두어 여성들의 역할이 눈에 띄게 낮았고, 들러리 수준으로 무대에 오른 이들의 성격 창조엔 대체로 실패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완성도 있게 표현된 부분적인 장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대를 보고 있으면 일관성이 무너져 전체적으로 한 사람의 연출가가 지휘한 작품인지 의심스러웠다.

<이집트 왕자>에 남겨진 과제

전통적으로 역사물이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 공연으로 새롭게 다루는 것은 다수의 웨스트엔드 프로듀서들이 꺼려한다고 알려져 있다. 작품 분위기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신작 뮤지컬 <이집트 왕자>는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편하게 관람하기엔 다소 어둡고 진지하다. 앞서 언급한 성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젊은 관객들을 배려해(?)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리바이벌되는 추세인 데 반해 이 작품의 이야기와 표현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가령 영상 이미지의 사용은 어떠한가. 뮤지컬 무대에서 첨단 영상 기술의 도입 시도는 시대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상상력을 저해하는 방식의 배경으로만 복무하는 무대 영상에 실망하는 관객들이 많다. 살아 있는 관객들과 직접 소통해야 할 라이브 공연에서 영상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숙고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히브리인들이 노예에서 해방되었을 때 이를 축하하고 이집트를 떠나게 되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애니메이션 최고 히트곡 ‘When You Believe’(애니메이션에서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듀엣을 불러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는 이번 작품의 여운을 오랫동안 가져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모처럼 웨스트엔드에 대형 신작이 오르면, 공연계 종사자나 관객 모두는 일시적으로 축하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사태로 대극장 공연은 작품과 상관없이 스태프, 배우, 관객 들의 위생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과연 <이집트 왕자>는 난제를 돌파할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9호 202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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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준영 런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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