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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2019 뮤지컬 결산, 올해의 GOOD & BAD [No.195]





2019 뮤지컬 결산
올해의 GOOD & BAD

* 작품 선정 기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1월 사이 개막한 작품 가운데 초연 또는 연출과 음악에 큰 변화가 있었던 재연

* 외부 참여자 최영현 <스테이지톡> 기자


<여명의 눈동자> GOOD

3월 1일~4월 14일 / 디큐브아트센터

외부적인 영향으로 개막을 미뤘던 <여명의 눈동자>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런웨이 형식의 무대는 격동기를 살아낸 인물들의 삶이 하나의 길 위에 펼쳐지는 느낌을 줬다. ‘나비석’이라 이름 붙인 무대 위 객석은 관객을 극 속의 일부로 느껴지게 만들어 한국 현대사의 비극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 주·조연 배우들부터 23명의 앙상블 배우까지 텅 빈 무대를 자신들의 에너지로 채워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의 방대한 이야기를 150분으로 압축하니 인물들의 서사가 촘촘하게 쌓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 유지희



<킹아더> GOOD

3월 14일~6월 2일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가요가 다시금 인기를 얻으며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을 일으킨 올해, 묘하게 세기말 K팝의 향수를 자극하는 <킹아더>가 출현한 것도 우연만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 작품이 비장해야 할 장면에서 흥겨운 전자 음악과 파워풀한 군무, 판타지 게임 같은 영상을 내세워 종종 이야기의 정서를 해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세기말 감성을 깨우는 중독적인 음악과 예측불허의 황당무계한 연출이 주는 야릇한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공연 이후 팬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각종 짤과 패러디에서 이 작품이 <록키호러쇼>를 넘볼 컬트 뮤지컬이 될 가능성을 엿본다. 재연은 부디 싱어롱데이와 함께 돌아와 주길. - 안세영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GOOD

3월 28일~5월 26일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오늘을 사는 관객에게 호프의 삶은 저 먼 데 사는 누군가의 삶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법한데, 창작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삶의 의미를 노련하게 끄집어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치밀하게 계산된 캐릭터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한 번 더 곱씹게 되는 대사들,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뮤지컬 넘버들, 그리고 대사와 뮤지컬 넘버의 반복까지 신인 창작진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다만, 호프가 끝까지 원고를 손에서 놓지 못했던 이유를 논리적으로 납득시키지 못했던 뒷심 하나가 아쉽다. 그러나 그런 옥에 티 정도야 기꺼이 눈감아 줄 수 있을 만큼, ‘넌 충분했다’. - 최영현


<더 캐슬> BAD

4월 15일~6월 30일 / 예스24스테이지 1관

작품은 미국의 연쇄 살인마 해리 하워드 홈즈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그는 살인에 최적화된 호텔을 짓고 그곳에서 몹쓸 범죄를 저질렀다. 소재 자체는 자극적이고 스릴러로서 흥미로운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더 캐슬>은 자극적인 소재에 그치지 않고 선과 악, 인간의 선택 등 좀 더 심오한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작품 속의 하워드는 연쇄 살인마이자 악마로 성에 방문한 벤자민과 캐리를 살인의 공범자로 가담시킨다. 하워드의 반대 자리에 이들을 지켜보는 토니를 두고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인간의 선함을 믿는 선을 상징하는 존재로 설정했다.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 의도는 알겠으나 주제를 담아내기에 인물과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작위적인 면이 많아 공감할 수 없었다. - 박병성



<그리스> BAD

4월 30일~8월 11일 / 디큐브아트센터

고전 뮤지컬을 지금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한 흔적은 보인다. <그리스>의 역대 공연 중 가장 대대적인 새 단장이다. 1959년을 배경으로 삼는 1972년 브로드웨이 초연작이고, 국내에서도 2003년 이후 수차례 공연했으니 새로운 옷을 입히려는 시도는 필연적일 터. 하지만 그 고민은 외형적인 것에 집중됐다. 음악 방송을 보는 것 같은 화려한 무대 세트와 영상 등 최신 기술의 옷을 입었지만 이야기나 정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결국 ‘뉴(New)’와 ‘레트로(Retro)’가 따로 노는 듯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지닌 힘과 흥은 여전했고, 청춘 배우들이 선사하는 싱그러움과 호연이 재미를 배가시켰다. - 안시은


<나빌레라> GOOD

5월 1~12일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드는 일명 ‘눈물버튼’이 곳곳에 숨어 있다. 사람은 언젠간 늙고 죽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감성적으로 펼쳐낸 오프닝 장면에서는 제대로 관객을 울리겠다는 각오까지 느껴졌다.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는 70대 노인 심덕출의 열정이 담담하게 보이고, 20대 발레 선생님 이채록과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진행된다. 심덕출이 점차 기억을 잃는 알츠하이머 앞에서도 발레를 향한 의지를 드러낼 때, 특히 그의 마지막 무대에서는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무엇보다 심덕출 역의 진선규는 캐릭터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을 더했다. 삶에 지치고 꿈을 잊었다고 생각할 때면 종종 생각날 작품이다. - 박보라

BAD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나빌레라>는 70대 노인 심덕출이 발레리노를 꿈꾸는 이야기라는 매우 흥미롭고 감동적인 소재를 취한다. 재능은 있지만 가정 환경으로 삐뚤어진 이채록이 이런 심덕출을 만나 서로의 꿈에 다가간다는 플롯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원작의 감동적인 서사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심덕출이 가족의 반대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 밋밋하게 그려져 감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심덕출만큼 중요한 이채록은 입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두 주인공이 시너지를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발레와 꿈을 소재로 하는 뮤지컬에서 했을 때 기대할 만한 아름다운 비주얼을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 사각 박스 형태의 변두리 주택가를 표현한 메인 무대 세트는 꿈의 판타지나 낭만적인 발레 장면을 보여주기에 적합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 박병성



<니진스키> BAD

5월 28일~8월 18일 / 아트원씨어터 1관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스트라빈스키. 제작사 쇼플레이가 인물 프로젝트의 첫 번째 편으로 명명한 <니진스키>에 나오는 주요 인물 세 사람은 사라지지 않을 불멸의 무언가를 남겨 그 찬란한 명성이 후대에도 계속 이어지는 사람들이다. 이번 뮤지컬은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삶 이면에 존재하는 아픔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게 창작 의도였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불우한 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예술가가 겪은 아픔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먼저 그를 전설로 만든 예술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평범한 예술가도 아닌 전설로 남은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이해와 존경(아니라면 그의 명성에 반기를 들 새로운 관점)을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은 보고 싶지 않다. - 배경희



<베니스의 상인> BAD

5월 28일~6월 16일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원작의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무대 위에 펼쳐 놓으면서도 작품의 무게 중심은 엉뚱한 곳에 두었다. 인종, 종교, 대립, 차별, 정의에 대한 통찰보다는 포샤와 밧사니오, 제시카와 로렌조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샤일록의 하인인 랜슬럿 고보가 주인을 떠날지 고민하는 장면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현했지만 기괴했다. 포샤가 구혼자를 시험하는 장면에서 아역 배우를 귀신처럼 등장시키는 의도 역시 파악할 수 없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한 것은 좋았으나, 음악이 극과 잘 어우러졌는지는 의문이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뮤지컬로 만들기 전에, 그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와 현재 관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유지희


<스쿨 오브 락> GOOD

6월 7일~8월 25일 / 샤롯데씨어터

음악을 소재로 한 성장 드라마 범주에 들어가는 <스쿨 오브 락>은 개인적으로 원작 영화에서 평범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뮤지컬 역시 평범함의 경계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깨달은 점은 천재적인 재능은 빛을 잃더라도 결코 평범해질 순 없다는 사실이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연출가 로렌스 코너라는 뮤지컬 장인들이 만들어낸 <스쿨 오브 락>은 최소한 완성도에선 호불호를 표할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관객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아역 배우 대거 출연’이란 킬링 포인트를 가졌다는 점에서 뮤지컬을 낯설게 느끼는 집단에게도 감히 추천할 수 있는 뮤지컬다운 뮤지컬이었다. - 배경희



<썸씽로튼> GOOD

6월 9~30일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가뭄에 단비처럼 오랜만에 만난 신선한 작품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영리한 대본과 곳곳에 숨겨둔 번뜩이는 패러디와 언어유희는 짜릿한 희열을 선사했다. 영미권 문화와 고전 뮤지컬에서 흔히 보던 요소들이 가상이라는 설정과 만나면서 세련된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했다. 드라마도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유명 뮤지컬이 버무려진 대표곡 ‘뮤지컬’과 극중극인 ‘오믈렛’ 공연 장면은 이것들이 집약된 무대였다. 타국 문화로 가득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 황석희 번역가의 적절한 의역은 화룡점정이었다. 잘 갖춘 기본기에 내실을 더한 공연은 굳이 더하려 하지 않아도 스스로 화려함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 안시은



<엑스칼리버> BAD

6월 15일~8월 4일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모아놓고 제각기 서사를 풀어가려고 하다 보니 정작 어디에도 집중하기 힘들어졌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면서 설득력과 긴장감마저 떨어졌다. 주인공 아더마저 그랬다. 오히려 모르가나나 21세기형 여성으로 재탄생한 기네비어가 눈에 띄었다. 드라마틱한 음악에 비해 귓가를 맴도는 킬링 뮤지컬 넘버도 적었다. 개막 전부터 예고했던 화려한 물량 공세로 시선은 끌었지만 기발함보다는 익숙함에 가까웠다. 새로움을 기대했지만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대규모 앙상블 역시 효과적인 활용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대형 창작뮤지컬 제작의 문을 계속 두드리는 제작사의 시도엔 박수를 보낸다. - 안시은



<스웨그에이지> GOOD

6월 18일~8월 25일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스웨그에이지>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국악과 시조, 힙합이 어우러진 기발하고 흥겨운 음악이다. ‘골빈당’, ‘수애구’ 같은 말장난에서 스웩을 느끼기는 힘들지만, 힘 있게 분위기를 장악하는 음악과 춤사위가 서사의 자잘한 단점을 무마하며 관객을 ‘시조의 나라’ 조선으로 데려간다. 대학로 트렌드에 맞춰 비슷비슷한 중소규모 창작뮤지컬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투박하지만 우직하게 개성과 대중성, 명료한 메시지를 추구한 이 작품의 뚝심에 마음이 열린다. 그리고 이 작품을 더 흐뭇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빼놓을 수 없는 이유, 바로 양희준이라는 탄탄한 실력의 신인을 발견했다는 것! - 안세영



<테레즈 라캥> GOOD

6월 18일~9월 1일 / 예스24스테이지 2관

<테레즈 라캥>이 원작 소설을 뮤지컬로 잘 각색했는가에 대해 시원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원작을 제 나름의 시각으로 각색한 점, 굳이 소설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뮤지컬 안에서 인물의 행동이나 이야기의 흐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뮤지컬은 각 인물의 ‘욕망’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이 부분에서 음악의 역할 역시 좋았다. 음악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인물의 격정적인 감정과 꿈틀거리는 욕망을 드러냈고, 효과적인 리프라이즈를 통해 얽히고설킨 각 인물의 욕망을 보여줬다. 하지만 각 인물의 욕망이 다소 소극적으로 표현된 점, 중반 이후 갑자기 휘청거리는 흐름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 최영현

BAD

카미유를 비극적 인물로, 로랑을 로맨티스트로 그린 <테레즈 라캥>은 기질에 지배당하는 동물적인 인간을 생생하게 그려낸 원작 소설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흔한 삼각관계 치정극으로 변했다. 후반부에는 테레즈가 자신을 옭아매 온 라캥 부인을 극진히 보살피는 장면이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데, 이는 테레즈가 죄책감을 덜고 카미유의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라캥 부인을 이용한다는 점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출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테레즈 역을 맡은 정인지의 강렬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어수선한 동선 탓에 감정의 밀도가 높지 않았다. 2층으로 통하는 뒷문을 만들어 놓고 왜 밀회의 통로로 적극 활용하지 않는지, 무대 위의 수많은 액자와 배우들이 들고 나오는 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호했다. - 안세영


<섬:1933~2019> GOOD

7월 5~21일 /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을 사회 바깥으로 격리시키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음악극 <섬>은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의미가 힘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꼬집기 위해 차별과 배제의 상징으로 남은 아픈 역사 ‘소록도’를 무대로 불러온다. 그리고 묻는다. 경주마처럼 살아가는 데 급급해 정작 잊어서는 안 되는 삶의 가치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니냐고. 답이 분명한 질문을 직선 방향으로 던진다는 점에서 다소 교훈적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바로 그 점이 젊은 창작자들만이 품을 수 있는 뜨거움을 느끼게 해줘서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점은 주제의식이 뚜렷한 메시지를 한 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잘 엮어냈다는 것이다. - 배경희



<너를 위한 글자> GOOD

7월 6일~9월 1일 / 예스24스테이지 1관

이탈리아 발명가 펠리그리노 투리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마나롤라가 무대에서 아기자기하게 구현되었고, 여기에 따뜻한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느낌을 줬다. 남성 2인과 여성 1인이 등장하는 3인극 구조는 뻔한 삼각관계 이야기로 흘러갈 수도 있지만, 세 인물의 좌절과 성장을 로맨스에 절묘하게 녹여내며 낭만적인 청춘 로맨스를 완성했다. 믿고 보는 베테랑 배우들과 신예 배우들의 조합도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자극적인 소재와 비극적인 결말이 주를 이루던 대학로에서 오랜만에 만난 깨끗하고 순수한 힐링극의 등장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 유지희


<시티 오브 엔젤> GOOD

8월 7일~10월 20일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시티 오브 엔젤>은 누아르 영화가 전성기를 맞았던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극은 사립 탐정 스톤이 활약하는 영화 속 세계와, 이 시나리오의 작가인 스타인이 실존하는 할리우드의 쇼 비즈니스 세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갱들과 쇼걸들의 납치와 음모, 살인 그리고 사랑이 펼쳐지는 영화 속 세계는 스타 캐스팅, 쇼 비즈니스라는 현실적인 욕망의 영향으로 왜곡되고 망가져간다. <시티 오브 엔젤>은 창작물과 창작자의 현실적 관계를 블랙 코미디로 보여준 웰메이드 작품이다. 두 세계 속 상반된 인물을 동일한 배우가 연기하고 스크래치 나는 흑백 영화의 컨셉을 반영한 무대 등은 작품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18인조 빅 밴드가 들려주는 훌륭한 스윙 재즈 연주는 이 작품이 주는 또 다른 보너스였다. - 박병성

BAD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라고 우기는 시나리오 작가와 그가 쓰는 시나리오 속 주인공의 이야기. 처음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는 흥미로운 설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공연에서 집중하는 게 이 두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허무함이란. 게다가 현실과 영화라는 두 세계를 교차해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에게 포커스가 분산되다 보니 공연이 진행될수록 점차 힘을 잃었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흑백 누아르 영화 분위기를 풍기고자 노력한 몇몇 장면의 연출은 돋보였는데, 과연 이 공연을 관람할 대다수의 한국 젊은 관객들이 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을까. 특히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시대착오적 영화감독 캐릭터의 불편한 대사를 그대로 살려둔 것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 배경희



<시라노> GOOD

8월 10일~10월 13일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초연의 아쉬움을 만회한 재연이었다. 느슨했던 드라마 전개와 밋밋했던 연출에 힘이 생겼다. 각 캐릭터는 설득력이 더해졌다. 시라노가 보여준 절절한 진심과 크리스티앙의 심경, 록산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그렇게 세 사람을 지켜보다 보면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과 앙상블까지 절로 눈길이 향한다. 편곡을 통해 음악적 완성도도 높아졌다. 회전 무대 세트로 역동성과 활용도를 높이고, 앙상블의 군무도 보강해 빈 공간을 적절하게 채웠다. 초연보다 나은 재연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모두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완수하며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아닌 MR 반주로 공연을 진행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 안시은


<원 모어> BAD

9월 7일~10월 27일 / 동양예술극장 2관

절친, 여친과 함께 3인조 밴드를 하던 주인공 유탄이 갑자기 반복되는 하루에 갇히며 생긴 일을 그린 작품. 동명 웹툰이 원작이지만 공연을 보면 굳이 원작이 필요했나 싶다. 타임 루프 소재의 작품 대부분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평소 미처 알지 못했던 일상,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 또 그 과정엔 예측 가능한 클리셰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웹툰 원작이 별다른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인공이 시간 속에 갇혔다는 걸 알고 있는 수상한 타로술사가 흥미로운 요소였지만, 쇼스타퍼 기능 외에 딱히 역할을 하는 게 없어 아쉬웠다. 뮤지컬의 재미를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음악이나 연출인데, 두 부분 다 이야기 전개만큼이나 평이해 대체로 지루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 최영현



<이토록 보통의> GOOD

9월 7일~11월 10일 / 예스24스테이지 3관

원작 웹툰이 지닌 애틋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뮤지컬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준 작품. 호평을 받은 원작의 대사와 아기자기한 노랫말을 적절하게 배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판타지적인 요소와 현실적인 스토리가 적절하게 섞여 몽환적으로 흘러가는 것도 작품의 매력.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우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계속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 중 하나인 ‘지금 내 앞에 있는 문제가 이 드넓은 우주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 말하는 제이의 대사는 지친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 호불호가 나뉘는 엔딩의 모호함 또한 독특한 재미로 다가온다. - 박보라

BAD

원작 웹툰의 감성을 살리려 한 의도는 알겠으나 각 장면의 애틋한 분위기만 부각될 뿐, 장면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느슨해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들다. 또한 원작과 달리 제이가 평행 지구를 찾아 떠난다는 설정은 스토리를 더욱 헷갈리게 만들 뿐 원작의 주제를 확장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지구에 복제 인간을 만들어놓고 굳이 우주로 나가 또 다른 은기를 찾아 헤매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호하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음악 역시 잔잔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만 충실할 뿐, 스토리를 이끄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 안세영



<전설의 리틀 농구단> GOOD

9월 10일~10월 27일 /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2관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초연 때부터 왕따와 빙의, 농구라는 소재로 흥미를 주었다. 재공연은 드라마를 다듬고 농구 퍼포먼스를 강화하면서 작품이 지닌 장점이 돋보이게 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초연에서는 왕따를 당하던 수현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친구를 잃은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코치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다소 애매한 이야기 구조를 띠고 있었다. 재공연에서는 이 점을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메시지로 수현이 자살 충동을 이겨내는 이야기와, 코치가 사고로 죽은 친구들을 보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큰 틀에서 엮어냈다. 여전히 드라마의 디테일이나 농구 퍼포먼스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이번 재연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포츠물로서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박병성



<머더러> BAD

9월 20일~11월 17일 / 대학로 TOM 2관

만약 <머더러>가 연극이었다면 조금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까. 이 작품에서 음악은 정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전쟁 수용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한 물음표만 남긴다. 전쟁 수용소에 고립된 여섯 명의 아이들이 한정된 음식과 물로 구조를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규칙을 정하고 서로를 믿지만 결국 인간성을 상실해 나가는 이야기는 극적인 상황에 집중한 나머지 익숙하고 진부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게다가 불분명한 캐릭터와 생뚱맞은 음악은 작품의 메시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지루한 공연을 보며 대사 하나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어.- 박보라

<이선동 클린센터> BAD

10월 4일~11월 10일 / 대학로 SH 아트홀

원작 소설의 이야기 구조와 인물 관계가 복잡한 탓에 뮤지컬보다는 드라마가 더 어울릴 것 같았는데, 뮤지컬은 소설의 일부를 각색해 이야기와 인물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 무대에 적합하게 만들었다. 코믹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원작보다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각색을 거치면서 주인공 이선동 역할이 미미해지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모호해졌다. 삶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는 것인지, 고인에 대한 살아 있는 자들의 부채감을 해소하자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독특한 추리 활극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그 와중에 딱히 이렇다 할 역할이 없는 주인공 이선동을 보면서 마치 홍철 없는 홍철 팀을 보는 것 같았다. - 최영현



<다윈 영의 악의 기원> GOOD

10월 15~27일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계급적으로 구분된 세계와 삼대에 걸친 악의 연대기를 담은 박지리 작가의 800페이지 소설을 2시간 반짜리 뮤지컬로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지난해 초연은 복잡한 원작의 이야기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지 몇몇 장면에서 무대화로 빛나는 장면을 연출해내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재연은 그 가능성을 좀 더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여전히 방대한 세계상과 삼대에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를 명확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초연에 비해 인물과 사건이 다듬어지면서 메인 주제인 삼대에 걸친 악의 연대라는 거대 서사가 돋보이면서 뮤지컬계에 보기 힘든 선 굵은 서사의 작품의 등장을 예고했다. - 박병성



<귀환> BAD

10월 22일~12월 1일 /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육군본부가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관심이 집중된 작품. 군 복무 중인 아이돌 그룹 멤버와 배우들로 구성된 출연진은 물론이고, 대학로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이희준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 콤비의 만남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창작자들이 그동안 주로 선보였던 소극장의 짧은 러닝타임에 익숙해진 탓일까, <귀환>은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늘어져 지루했다. 실제 6·25 전쟁 참전 학도병의 이야기를 듣고 유해 발굴단의 활동을 토대로 창작했다지만, 현시대 젊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사고자 젊은 학생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결국 기대했던 6·25 전쟁 유해 발굴단은 그저 단편적인 소재로만 남고 말았다.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군기’가 제대로 든 앙상블이랄까. - 박보라



<경종수정실록> BAD

10월 27일~2020년 1월 12일 / 대학로 티오엠 1관

숙종이 아들이자 영조의 이복형인 경종을 중심으로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과 사관 홍수찬이 등장하는 3인극이지만, 경종의 모노드라마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반적인 극이 인물간의 갈등을 발판 삼아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과 달리 <경종수정실록>은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감정에 중점을 둔다. 경종이 불길한 꿈으로 시작하는 뮤지컬은 시종일관 경종의 ‘불안’에 집착한다. 여기에 발맞춰 음악 역시 신경질적이고 조급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바쁘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건도, 행동도 없이 그저 대사와 노래도 몰아치는 경종의 불안은 이해도, 공감도 쉽지 않다. 뭔가 많이 보고 들은 것 같은데 남는 건 경종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뿐. - 최영현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5호 2019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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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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