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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조정은 첫 단독 콘서트 <마주하다>, 긴 여정을 위한 쉼표 [No.194]





조정은
첫 단독 콘서트<마주하다>



긴 여정을 위한 쉼표

조정은은 수려한 외모, 안정된 노래와 연기력 때문에 대형 뮤지컬 캐스팅에서 항상 물망에 오르는 배우이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배우 조정은이 아닌 사람 조정은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가끔씩 뮤지컬 갈라 콘서트나 동료 배우의 콘서트에서 세상 부끄러운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사람 조정은을 보여주곤 했지만 그마저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 조정은이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 제목은 ‘마주하다’. 콘서트에 앞서 이를 준비하는 사람 조정은을 미리 마주했다.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콘서트 제목이 ‘마주하다’예요. 관객들은 이번 콘서트에서 어떤 것과 마주하게 될까요?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에 스스로 미안하고 민망해서 안 들춰본 작품들도 있거든요. 올해 만으로 마흔이 되었어요. 콘서트 제안이 왔는데 지금이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해온 작품 속의 저와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 순간들을 같이 해준 관객들과 제가 마주하는 것이기도 해서 제목을 ‘마주하다’라고 지었어요. 그동안 공연의 역할로 만났다면 역할이 아닌 저로 만나는 첫 자리여서 저에게 의미가 커요. 저를 돌아본다기보다 그때의 저를 지금의 시점에서 마주하는 시간이지 않을까요.

첫 단독 콘서트라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지금 가장 고민되는 건 무엇인가요?

하루에도 몇 번씩 괜히 한다고 한 게 아닌가, 마음이 오락가락해요.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몸도 마음도 최선의 컨디션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거니까 잠도 잘 자고 잘 먹으려고 해요. 제가 하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어야 할 텐데 저 혼자만의 이야기가 되진 않을까 염려도 돼요.

콘서트를 관람하러 올 관객들 자체가 조정은이란 배우에게 관심이 있어서 오는 거니까 집중해서 들을 거 같은데요.

어떤 틀이 없이 갈 순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틀 안에서 가장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 같아요.

선곡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참여 작품에 한정되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참여한 작품의 곡들이 위주가 되겠지만 참여하지 않은 작품도 있고 평소에 즐겨 부르던 노래도 부를 생각이에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이 노래는 꼭 해야 돼 하고 제일 먼저 선곡한 곡은 무엇인가요?

제일 먼저 안 하겠다고 한 곡은 있는데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한 곡은 없어요. (안 하겠다고 한 곡이 뭔가요?) 그런 게 있어요.

데뷔 17년 차인데 언제 어떤 계기로 뮤지컬배우가 되려고 했는지 생각나요?

물론이죠. 계원예술고등학교에서 처음 뮤지컬 수업을 들었는데 노래하는 게 편했어요. 잘했다기보다는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요. 노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돌이켜보면 음악은 나를 즐겁게 해주고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 유학 시절에도 힘들 때 이어폰 꽂고 흥얼거리며 걷곤 했거든요. 음악이 있어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 나 정말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뮤지컬 이외에 연극이나 영상 쪽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할 의향이 없나요?

그건 아니고요. 하고는 싶어도 음악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그런 낯설음이 있어요.

노래도 잘하지만, 연기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연극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저를 평가할 때 가창력이 뛰어나다거나 연기를 미친 듯이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음악 안에서 드라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뮤지컬 음악에서 연기와 노래가 따로 갈 수가 없잖아요. 드라마 없이 노래만 한다거나, 음악 없이 대사만 하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음악이 드라마에 정서를 불러일으켜 주고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많아요. 혹시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셨다면 음악 안의 드라마를 찾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 거예요.


배우 조정은, 사람 조정은

지금의 배우 조정은이 있기까지 가장 중요한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제 배우의 삶은 <드라큘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밖에 몰랐고 그게 유일한 꿈이었어요. 꿈이 주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그 에너지로 나아가다가 소진된 느낌이 들어서 유학을 갔어요. 유학을 다녀와서 <지킬 앤 하이드>나 <맨 오브 라만차>를 하면서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무대에 서 있는 내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많았어요. <맨 오브 라만차> 때 특히 심했어요. 제가 알돈자랑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어울리게 해보려고 억지스럽게 달려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고 나에게 맞게 소화시켰어도 될 것 같은데 기존 알돈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죠.

그다음에 바로 했던 게 <레 미제라블>의 판틴이었죠?

그런 상태에서 바로 맞물려서 <레 미제라블>에 들어갔으니까 새로운 프로덕션에 피해를 주는 느낌이었어요. <레 미제라블>은 1년을 원 캐스트로 해야 했는데 프로덕션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버텼던 것 같아요. 뮤지컬이 제일 즐거운 일이었는데 제일 힘든 일이 된 것 같았죠. <레 미제라블>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이 6개월간 쉬었어요. 그때 뮤지컬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계속한다면 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 그만둔다면 뭘 해야 하지 그런 생각까지도 했어요. 쉬면서 노래를 한 번도 안 했어요. 큰 작품이든 작은 작품이든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예전에는 하고 싶었으니까 무조건 했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니까 저를 설득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 수렁에서는 어떻게 나올 수 있었나요?

시간이 지나고 진통이 가라앉을 때쯤 팬들과 몇 주년을 기념하는 작은 자리를 마련했어요. 제 딴엔 큰 용기를 낸 거였어요. 저를 응원하는 분들 앞에서 노래를 하니까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기더라고요.<소서노>는 다시 시작하기 위한 워밍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서울예술단에서 뮤지컬을 시작했는데 그곳의 보호 아래 다시 시작한 거요. 그 다음에 한 작품이 오디컴퍼니의 <드라큘라>예요. <드라큘라> 때는 연출님에게 많이 묻고 의견을 냈어요. 연출님이 알려준 대로 연기하지만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 너무 괴롭고 창피하고 고통스럽거든요.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례가 되지 않을까 염려해서 말을 못 꺼냈는데 갈등이 생기더라도 계속 묻는 식으로 작업하는 태도를 바꿨어요. 그러면서 무대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연기하는 재미를 알아가게 됐어요. 예전에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연기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지금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연기가 재밌다는 걸 느껴요.

<레 미제라블> 마치고 배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고 했잖아요. 배우를 안 하면 뭘 할 계획이었나요?

계획이 떠오른 건 없는데 배우만 아니면 좋겠다는 심정이었죠. 그전에는 제 기질이나 성향이 배우랑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배우 같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듣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막상 배우 아니면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그때를 지나고 나서 나는 이런저런 성향의 배우인 거라고 저를 받아들이게 됐어요. 예전에는 인물에 맞추려고 했다면 이젠 내가 이런 결의 배우니까 그에 맞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이 넓어진 거죠.

뮤지컬에서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를 보면 대부분 주관이 강하고 독립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아니면 거친 삶을 살아온 여인으로 나뉘죠. 가까이 들어가면 인물마다 차이가 있지만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잖아요. 한정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없었나요?

<시카고>의 록시 같은 인물은 흥미로워요. 어렸을 때 본 <시카고>는 섹시하고 춤이 인상적인 작품이었거든요. 르네 젤위거가 출연한 영화 <시카고>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록시는 악역도 아니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백치미가 있는 여인이잖아요. 그러니까 록시가 저지른 일들이 분명 나쁜 짓인데 그렇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악역도 아니고 비련의 여주인공도 아니고 캐릭터가 매력적이긴 한데, 노래와 춤이 저랑은….

17년간 뮤지컬배우로 활동했고 이제 첫 단독 콘서트를 엽니다. 지금 이 시기는 배우 조정은에게 어떤 시기인가요?

제가 이제 만으로 마흔인데, 약국 가면 약봉지에 나이가 적혀 있잖아요. 깜짝 놀라요. 내가 저 나이에 맞는 생각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죠. 예전에 계원예고에 특강을 갔는데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좋은 가정을 이루는 거라고 대답했거든요. 지금 저는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가정을 이루겠다는 생각 없이 오로지 뮤지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거든요. 지금도 일을 맡게 되면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한데 그게 전부가 되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것이 변해 가는 것을 느끼면서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구나 하는 걸 느껴요. 일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 같아요. 동일시가 되는 순간 일이 안 되면 죽을 거 같고 내 존재 자체를 좌우하게 되잖아요. 예전에는 꿈이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중요하긴 한데 지금은 꿈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꿈으로 인해 내 존재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져요.

배우 조정은과 인간 조정은이 많이 다른가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조정은을 배우 조정은이라고 한다면 저는 되게 다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조정은은 차분하고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그런 모습이 많잖아요. 근데 실제 저는 겁도 많고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굉장히 단순해요. 먹는 거 좋아하고 배고프면 짜증 나고. 작은 것에 기뻐해요. 오늘 철물점에 가야지 계획했는데 그걸 실천하면 기뻐요.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작은 것에 굉장히 상처받아요. 대범한 편은 아니에요. 그리고 마음을 여러 군데 주지 못해요. 그래서 여러 일을 못하나 봐요. 저는 사람 마음에 관심이 많아요. 그게 제 마음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콘서트가 배우 조정은, 사람 조정은에게 어떤 의미가 되기를 바라나요?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콘서트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나 오늘 뭐한 거지?’ 이런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때가 있잖아요. 몸 따로, 마음 따로.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콘서트 끝나고 왔을 때 노래를 잘했다 이런 거 말고 하길 참 잘했다는 느낌. 관객분들도 ‘좋은 공연이었어’ 보다 ‘오길 참 잘했다’라고 느끼는 그런 시간이길 바라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 한 곡 하는 것도 긴장해서 절 아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하겠다고 한 거냐고 해요. 이상하게 지금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콘서트는 몇 주년을 기념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에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여정을 위해 중간에 한 번 찍는 쉼표 같은 자리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4호 2019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글 | 박병성
사진 | 심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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