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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 VS CAST] <헤드윅> 전동석·윤소호, 사랑, 그 슬픔에 대하여 [No.193]





<헤드윅> 전동석·윤소호

사랑, 그 슬픔에 대하여

<헤드윅>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배우에 따라 의상이나 가발, 메이크업 등을 달리해 ‘맞춤 헤드윅’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에 처음 헤드윅으로 이름을 올린 전동석과 윤소호는 어떤 헤드윅으로 탄생했을까.



전동석

영원한 사랑을 향해

전동석은 사랑에 배신당한 후에도 끝까지 사랑을 품는 순애보 헤드윅을 탄생시켰다. 그렇다고 그의 헤드윅이 수줍거나 순종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극장의 문이 열리고 그가 등장할 때 관객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내면 ‘나 헤드윅이야’라는 표정으로 뿌듯하게 미소 짓는 여유를 보이고, 여러 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짓궂은 장난을 친다. 또 ‘곰 맛있어’나 ‘지금 이 순간?’ 등 자신의 대표작 속 대사나 가사를 적재적소에 녹여내는 뻔뻔함도 보여준다. 그가 유창한 독일어로 내뱉는 비속어는 의외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아직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팬이라면 ‘난 대학 나온 사람들이 싫어’라는 애드리브마저도 웃음 포인트가 된다. 게다가 작품에서 너그럽게 허용되는 아슬아슬한 수위의 ‘섹드립’까지 능청스레 건넨다.

전동석의 헤드윅은 ‘Wig In A Box’를 기준으로 상반된 분위기를 만든다. 초반에는 자신의 유년 시절과 엄마와의 추억을 회상하고, 후반에는 지금의 헤드윅을 만들어낸 토미와의 사랑을 말한다. 토미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뒷부분에서야 그의 감정이 도드라진다는 점에서 볼 때, 공연의 초반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며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자가 공연을 본 날은 전동석도 처지는 객석의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너네 지금 되게 재미없구나?’라는 장난스러운 질문으로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엄마와의 에피소드는 그의 인생을 이해하는 큰 단서다. 전동석의 헤드윅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자신이 평생 사랑을 갈구한 인물이다. 소년 한셀이 엄마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헤드윅에게 트라우마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연을 바탕으로 토미를 향한 헤드윅의 애절한 사랑이 납득된다.

본격적으로 헤드윅과 토미의 사연이 시작되면 공연의 흐름이 급격하게 빨라진다. 전동석의 헤드윅에게 토미는 그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때문에 그는 자존심도 버리고 토미의 사랑을 절박하게 갈구한다. 토미에게 배신당했을 때조차 자신을 버린 토미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더 크게 보이고, 심지어 토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이런 절절한 사랑은 헤드윅이 에스프레소 바에 앉아 웨스트라이프의 ‘My Love’를 부를 때부터 예고된다. 떠나간 애인을 향해 바다를 건너고 온 세상을 헤매더라도 당신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게 해달라는 가사는 마치 헤드윅의 사랑을 함축시켜 놓은 것 같다. 특히 전동석은 토미의 이야기를 할 때면 풍성한 성량을 이용해 거칠게 절규하는데, 마치 토미를 향한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외침처럼 들린다. 게다가 그는 토미가 공연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향해 외치는 ‘사랑해요’라는 말조차 쉽게 흘려듣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향하지 않았던 토미의 ‘사랑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그를 향한 사랑을 접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는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강렬하게 쏟아지는 빛을 거슬러 가는 헤드윅은 곧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며 체념한다. 공연이 막을 내린 지금도 전동석의 헤드윅은 마음 한구석에 토미를 품고 살고 있지 않을까.



윤소호

나를 사랑할 시간

윤소호는 이번 시즌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헤드윅답게 당찬 이미지를 담아낸다. 그는 아직 서른이 채 안 된 데다가, 그동안 학생을 비롯한 젊은 청년 캐릭터를 주로 맡은 탓에 ‘막내’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윤소호는 자신의 학생 이미지를 지우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강조한 헤드윅을 만들어냈다. 연출가와 상의해 ‘지난 10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대사를 삭제한 게 그 예이다. 게다가 원작자 존 캐머런 미첼이 직접 자신의 SNS을 통해 프로필 사진을 소개할 정도로 윤소호의 헤드윅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헤드윅은 누구보다도 자신감 넘치는 자기애를 보여준다.

윤소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로 작품을 끌어간다. 무엇보다 자신을 버린 토미를 향한 그의 분노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토미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는 순간부터 그를 향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윤소호의 헤드윅은 다른 헤드윅들보다도 거칠게 자신의 비극적인 상황을 표현한다. 다시 재회한 토미가 ‘또’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을 고백할 땐, 감정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는 토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비상구 문을 온 힘을 다해 걷어차 버린다. 마치 ‘감히 네가 나를 버릴 수 있냐’면서 당장이라도 무대 위의 토미를 향해 달려갈 것 같은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윤소호는 솔직하고도 거침없는 헤드윅을 그려낸다.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슈가 대디’의 카워시 장면에서는 다른 누구보다도 신나게 몸을 턴 이후에 관객의 머리를 한참 끌어안으며 장난을 치는데, 이를 지켜보던 이츠학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포기할 정도다. 루터와의 만남을 회상할 때, ‘구미 베어의 잔해들이 마치 무지개처럼 늘어져 있다’는 대사와 동시에 앵그리인치 밴드는 차임벨을 ‘차르르’ 울린다. 그리고 달콤했던 그 순간을 기억한 윤소호는 자신의 팔을 뻗어 재킷 소매에 달린 치렁치렁한 장식을 똑같이 마이크로 쓸어버리는 잔망스러운 장난을 보여준다. 이렇게 솔직한 헤드윅의 모습은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을 발산한다.

윤소호의 헤드윅에게 이츠학은 애증의 존재다. 헤드윅은 토미의 자리에 이츠학을 세워놓고 분노와 서운함, 권력욕을 되갚아주려 한다. 토미와 이츠학의 공통점은 헤드윅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만났다는 점인데, 토미가 헤드윅을 통해 인생의 기회를 잡았다면 이츠학은 헤드윅의 선택을 받아 미국으로 이주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드윅은 이츠학을 ‘내 모든 것을 주었던 사랑의 배신’을 버릴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여긴다. 결국 윤소호의 헤드윅은 지금까지 완전히 자라지 못한 미성년으로, 이 무대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공연의 막바지 이츠학에게 자유를 건네며 안아줄 때야 비로소 그는 진정한 성장을 이루고 어른이 된다. 그리고 헤드윅은 간절히 바라던 소망인 토미를 마주한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네는 토미의 웃음에는 헤드윅을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담겨 있다. 마침내 헤드윅은 그 미소에 담겨 있는 의미를 깨닫고 다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아마 윤소호의 헤드윅은 이제야 완전히 성장한 자신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3호 2019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글 | 박보라
사진제공 |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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