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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LIGHT] <벤허> 박민성, 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No.190]





<벤허>박민성,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박민성은 확실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사람이다. 데뷔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이라면 여유로움을 가질 만도 한데, 그 어떤 틈도 내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면 부끄럽다는 것. 실수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박민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끝맺음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을

<벤허>는 초연에 이어 다시 참여한다. 어떤가?

영광이다. 초연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초연 당시 ‘갓상블’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앙상블과의 호흡과 에너지가 좋았다. 이번에도 다시 한번 작품이 가진 힘을 재현할 예정이다.

메셀라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초연 당시 한 장면, 한 장면 왕용범 연출님과 머리를 맞대가며 고민했다. 거의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메셀라의 내면까지도 잘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메셀라는 내게 단순히 캐릭터가 아니라 자식 같은 존재다. 그래서 메셀라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당시에 정말 힘들었는데 다시 그 고생을 앞두니, 살짝 겁도 난다. (웃음) 메셀라의 대표곡 ‘나 메셀라’에서는 죽을 것 같은 사점이 두 번 정도 있다. 검술이 끝나자마자 고음을 내뱉는데, 그때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이걸 무리없이 해내려면 죽어라 연습해야 한다.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변화되는 부분이 있나?

있다. 최대한 스포를 피해 말하자면, 장면이 화려해졌고 뮤지컬 넘버가 추가됐다. 메셀라의 장면이 추가되진 않았지만, 초연에서는 대사로 진행되던 것이 이번에는 노래로 이야기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메셀라의 분량이 아니라, 작품에 볼거리가 확실하게 더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은 어떻게 보완할 생각인가?

초연 당시에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다 했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벤허>라는 작품의 흐름에 벗어나지 않고 잘 녹아드는 것이다. 또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가 있으니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변화들이 있을 거다. 이런 과정에서 좋은 부분이 나오면 잘 발전시키고 싶다. 과거 모든 노력을 쏟아 참여한 만큼, 이제 다시 그 지점에서 시작하면 된다.

메셀라는 악역임에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자신감이 넘치는 동시에 아픔이 많은 인물이다. 로마 장교로서 자신의 목표와 야망, 야심을 향한 성격 이면에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불우했던 가정사가 축적됐다. 그리고 이런 과거가 비뚤어진 야망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그를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섹시한 빌런이라 생각하는데, 이 부분을 잘 표현해 내고 싶다. (박민성의 섹시함은 어디서부터 나오나?) 근자감? 하하.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는 대답을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기대해 봐도 될까.

하하. 사실 지금은 자신이 없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어떡하나 걱정이다. 초연 때는 눈만 뜨면 운동을 하러 가고 식단도 철저히 지켰다. 본격적으로 몸만들기를 시작하지 못했는데 슬슬 시동을 걸어야겠다.

혹시 캐릭터에 다가가는 본인만의 비법이 있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다만 대본을 처음 읽거나 다 같이 리딩을 할 때 받는 순간의 느낌이 있다. 말하자면 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겠다는 느낌이 온다. 물론 연습하면서 이런 생각이 많이 변하긴 하지만 그래도 70~80%는 끝까지 간다. 사람도 마찬가지지 않나.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나와 잘 통하겠다거나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첫 느낌을 잘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작품을 잘 다듬어가려 한다.

그럼 메셀라의 첫 느낌은 어땠나.

이렇게까지 임팩트가 클 줄은 몰랐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기억에 남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장점이 되더라. 어느 부분에서 힘을 빼고, 또 어느 부분에서 힘을 넣을 수 있는지 계산을 했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횟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게 만들어준 왕용범 연출님과 이성준 음악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유난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캐릭터를 맡다가 <홀연했던 사나이>나 <시데레우스>처럼 웃을 수 있는 작품에서 만나니 좋더라.

안 죽는다! <홀연했던 사나이> 이후로 <시데레우스>는 안 죽는다. 아, <삼총사>의 아라미스도 안 죽었구나. (웃음) 처절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는 캐릭터로 무대에 많이 섰는데, 사실 그렇게 싫지는 않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여러 번 죽어보겠나. 인생에서 눈 감는 그 날까지 죽을 일이 없다. 연기지만 죽음을 맞는 게 특별한 경험이라, 그때마다 내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내가 정말 죽을 때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고통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떠날 수 있을까. 자면서일까. 혹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일까. 이런 구체적인 생각도 한다. 그리고 죽기 전에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도 떠올리면서,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야기를 다뤘다. 게다가 <벤허>와 전혀 다르게 따뜻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이 왔다. 대본을 받았는데 이렇게 밝은 극일 줄은 몰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야기로 종교적인 억압이 주를 이뤄 어둡겠다고 예상했는데, 밝고 아기자기했다.

그런 밝은 캐릭터가 본인의 성격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나.

아, 그런 부분을 묻는다면 이제는 이력이 생겼다. 예전에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고, 오히려 빠져나오는 건 괜찮았다. 나름 배우를 오래 하다 보니까 순간적인 몰입에 단련이 됐다. 물론 공연이 끝나고 나면 감정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지만, 그걸 정리하는 나만의 방법도 있다. 그리고 솔직히 이젠 내 성격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박민성 안에 박민성이 정말 많다. 하하. 아! 이건 있다. 연습량이 부족하다면 나 스스로 영향을 받는다. 다른 배우도 물론 그렇겠지만 난 집중과 연습을 많이 해야만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창작뮤지컬 작업에 열중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좋은 작품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고 감사하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박민성이라는 배우에 대한 주변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매진해야만 한다.

연습과 공연을 같이하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

전혀. 작년 <홀연했던 사나이>부터 이번 <벤허>까지 연습과 공연을 병행 중인데, 정말 행복하다. 난 쉬면 나태해지고 아프다. 피곤해도 정신없이 뭔가에 몰두하는 삶이 좋다. 캐릭터와 작품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연습하는 지금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더 욕심을 부려 2~3년에 한 번은 꼭 연극에 참여하고 싶다.


관객을 향한 최선의 예의

노력파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조금이라도 부족한 게 있으면 부끄럽다. 실수를 하거나 무언가에 소홀해지는 자체가 싫은 거다. 음, 자존심이라 할 수 있겠다. 난 이 자존심이 상하는 게 싫다. 뮤지컬배우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하면, 무대에 서지 말아야 한다. 이런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계속 연습할 수밖에 없다. 나만의 기준점이 충족되지 않으면 못 견뎌서 자신을 많이 괴롭힌다. 예를 들면 <벤허>의 ‘나 메셀라’는 정말 힘든 노래다. 그래서 죽어라 연습했다. 뛰면서 노래를 불렀고 칼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기 위해 아령을 들고 검술을 익혔다. 다른 작품과 뮤지컬 넘버도 다르지 않다. 매번 이런 식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래도 10년 정도 경력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와 타협점이 생기지 않나.

기준점을 내려놓기 시작하면 더 힘든 상황이 왔을 때 포기하게 될 것 같았다. <프랑켄슈타인>의 ‘난 괴물’이라는 노래도 정말 힘들었다. 내 성대 구조상 샤우팅이 잘 안 되는데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목 핏줄이 두 번 터졌다. 집에서 하루종일 소리를 지를 수 없어서 새로 연습실을 구했을 정도였다. 그땐 시쳇말로 이 노래를 못 해내면 뮤지컬배우를 접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밑바닥에서>에서 ‘내 이름은 악토르시베르치코프 자보르시스키’라는 노래가 있는데…. 아,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웃음) 그때부터 노래를 잘 해내야겠다는 나만의 도전이 시작된 거다. 이제 와 말하자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포기라는 걸 해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왕용범 연출님이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줬고, 그렇게 첫 공연에서 극장이 떠나갈 것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날도 그렇고 <프랑켄슈타인>의 첫 공연이 끝나고 부둥켜안고 울었다. 어려운 것을 해내 관객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도 관객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죽어라 하고 있다. 체력과 능력이 되는 한 무대에 완벽하게 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관객을 향한 최선의 예의다. 남들이 보면 진짜 피곤하게 산다고 할 수 있는데 어쩔 수가 없다. 배우는 편하면 안 된다. 옛날에 한 연출님이 그랬다. 배우의 한자에는 아닐 비가 들어가는데, 그건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라 하더라.

과거 <더뮤지컬> 인터뷰에서 터닝포인트를 맞은 세 작품으로 <피맛골 연가>, <잭 더 리퍼>, 그리고 아마도 <프랑켄슈타인>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생각은 아직 변함없나.

기억난다. 그 아마도라고 말했던 마지막 작품은 확실하게 <프랑켄슈타인>이 됐다. <피맛골 연가>는 뮤지컬배우로서의 박민성을 잡아준 작품이고, <잭 더 리퍼>는 왕용범 연출님과 이성준 음악감독님을 만나게 해준 작품이다. 또 <프랑켄슈타인>은 배우 인생에서 처음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물론 <벤허>도 애정을 쏟는데, 보너스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로또 2등에 나오는 보너스 번호! (웃음) <벤허>의 메셀라 커튼콜로 주변에서 많이 연락이 왔다. 아, 유튜브에 남자 뮤지컬배우의 발성을 분석한 영상이 올라왔는데, 거기서 내 메셀라 무대를 극찬해 주셨더라. <벤허>와 이 영상을 본 다른 배우나 학생들이 잘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이런데 어떻게 내 인생에서 <벤허>를 빼놓을 수가 있겠나.

올해 말에 초연하는 <영웅본색> 가이드 송을 불렀더라.

노래가 너무 좋다. 이성준 음악감독님이 작곡하는 곡에서 흔히 기대되는 파워풀하고 웅장한 분위기의 노래가 아니어서 낯설기도 했다. 영화 <영웅본색>과는 완전히 다르게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켄슈타인>의 ‘생명창조의 역사’처럼 가이드 송 작업은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가이드 송을 작업하면서 나를 떠올려준 왕용범 연출님과 이성준 음악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인의 인생 캐릭터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관객들도 다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적어도 박민성의 출연 공연 리스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거다.

본인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지치지 않은 체력. 이런 든든한 체력을 바탕으로 그냥 어떻게든 주어진 걸 해내려고 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존심 상하는 건 싫으니까 완벽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드리려 한다. 소처럼 묵묵히 주어진 것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요즘 박민성의 전성기라고도 불리고 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가 한 말이 있다. 류현진의 전성기는 아직 안 왔다고. 이 말을 빌리고 싶다. 박민성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0호 2019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글 | 박보라
사진 | 황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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