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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엑스칼리버> 카이, 운명을 이끈 발걸음 [No.189]





<엑스칼리버>카이,운명을 이끈 발걸음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암흑의 시대를 밝힐 아더왕과 엑스칼리버의 전설이 뮤지컬로 탄생한다. 전설 속 인물 아더왕으로 무대에 설 주인공은 뮤지컬배우 카이.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그는 역시나 이번 작품도 결코 허투루 하지 않을 거라는 의지를 발산하며 <엑스칼리버>를 빚어가고 있다.


성검의 주인이 되기까지

EMK뮤지컬컴퍼니의 세 번째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는 개막 전부터 ‘칼을 갈았다’고 소문난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초연한 <웃는 남자>보다 먼저 리딩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려 3년의 개발 기간을 더 거쳤다. 카이는 <엑스칼리버>의 두 번째 워크숍에 참여하며 작품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 공연은 제가 참여한 워크숍에서 굉장히 많이 달라졌죠. 이걸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하나. (웃음) 워크숍 당시에는 지금보다 많은 노래와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현재 버전은 스토리 흐름을 위해서 군더더기를 빼고,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다듬어졌어요.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죠.” 이렇게 <엑스칼리버>의 성장에 한몫을 한 카이가 누구보다 작품에 높은 애정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워크숍 당시 ‘아더와 정말 많이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단다. “제가 때로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느 부분에서는 약간 모자라기도 해요. 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불같은 성격도 있고요. 그런데 아더에게도 그런 점이 있더라고요. 하하.” 그럼 카이는 엑스칼리버를 뽑는 아더를 연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쏟고 있을까. “무대에서 한 인물을 연기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캐릭터를 저에게 가져오거나 제가 캐릭터를 향해 다가가야 하죠. 어느 쪽이든 진짜 나, 정기열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이 필요해요. 아더와 나의 간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이것을 통해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 하죠. 지금은 이런 과정에 제 모든 걸 쏟고 있어요.”

제작사는 개막에 앞서 <엑스칼리버>의 무대 디자인과 뮤지컬 넘버를 미리 들을 수 있는 청음회를 개최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카이가 꼽은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뮤지컬이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엑스칼리버>는 영국의 건국 신화로 불리는 아더왕의 전설을 다룬다. 이 이야기는 그동안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로 탄생했고, 심지어는 지난 봄 같은 소재를 다룬 프랑스 뮤지컬 <킹아더>가 국내에 개막했다. 그런데 카이의 말을 전하자면 <엑스칼리버>는 색다른 아더왕의 이야기를 그리며,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노래가 단연 최고란다. “조금 전에 오케스트라 스트링 편곡을 약 1분 정도 듣고 왔거든요. 듣자마자 감동이 몰려왔어요.” 그는 영국의 전통성을 담은 <엑스칼리버>의 음악이 목가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로 마음을 홀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출가로 참여하는 스티븐 레인과의 작업도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다. 특히 배우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는 스티븐 연출과의 호흡은 새삼스레 ‘작품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깨달음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즐거움을 드러냈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엑스칼리버>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많아졌다. 카이는 커버 촬영을 하기 전에도 연습을 하고 왔다면서, 촬영장에 오기 전 같이 아더 역에 캐스팅된 배우들과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단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엑스칼리버>의 장면은? 바로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을 수 있을지 의심하다가 마침내 그것을 뽑기 위해 바위산에 오르는 장면으로, 자세한 내용은 직접 공연장에 와서 확인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기에 카이는 <엑스칼리버>를 기다리는 관객에게 비장한 말을 남겼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뮤지컬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말을 드리고 싶어요.”


오늘의 수상 소감

이날 빼곡하게 준비해 간 질문 중에 카이가 답하지 못한 질문이 하나 있었다. 그 질문은 ‘사람은 실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데, 최근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 실수가 있다면?’이다. 정확하게 짚고 가자면 사실 그는 이 질문에 답을 하긴 했다. 깊은 한숨으로 말이다. 카이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생각이 상당히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는데, 그의 성격상 ‘실수’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펼쳐졌으리라. 고민에 빠진 그를 구해 주려(?) 급하게 대체 질문을 건넸다. 최근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무엇이냐고. “제 본연의 역할은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잘해야 해. 더 인정을 받아야 해’ 이런 생각은 멋이 없어요. 배우는 오직 무대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 난다고 믿고, 더 노력할 뿐이죠. 또 지금 저에겐 배우로서의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해요. 매번 새로운 부분을, 더 깊게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카이가 무대와 삶 속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믿음이다. “아더도 그렇잖아요. 내가 칼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난 후에 바위산에 올라 정말 칼을 뽑게 됐으니까요.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관객을 설득시킬 수가 없어요.” 그에겐 믿음을 건넨 두 사람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엑스칼리버>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와 차기작 <벤허>의 왕용범 연출이다. 카이에 따르면 엄홍현 대표는 자신을 ‘카이를 최고의 뮤지컬배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단다. “저도 사람이라, 그동안 엄홍현 대표님의 기대에 못 미친 적이 있기도 해요. 그런데 그분이 제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해요. 또 이런 의미에서 책임감을 부여해 주시는 분이기도 하고요.” 또 왕용범 연출은 그에게 무대 위에서의 자유를 깨닫게 해준 인물이다. “저는 생각 회로도 복잡하고 심지어 겁도 많아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자유로워지는데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아요. 근데 왕용범 연출님과 <잭 더 리퍼>를 함께하며 무대에서의 자유를 알았고 성장할 수 있게 됐어요.”

<엑스칼리버>에서 아더는 기네비어에게 운명을 믿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기자는 이 질문을 아더로 무대에 설 카이에게 던졌다. “운명을 믿어요. 인터뷰를 읽는 분들께서 웃을 수도 있는데, 저는 매일 밤 수상 소감을 이야기해요. 이건 특별하게 상을 탄 후에 말하는 감사 인사가 아니라, 오늘 하루 내게 일어난 기적과 고마운 사람에 대한 감사죠. 일종의 저만의 기도예요.” 그는 자신이 선천적인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닌 데다 노력을 쏟아도 느리게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매일이 자신에겐 운명 같은 순간이란다. 이렇게 감사한 삶을 선물 받았으니, 카이는 고독한 수상 소감을 통해 소중하고 빛나는 하루를 기억하는 것이다. 카이가 미리 들려준 이날의 수상 소감은 바로 이것. “일단 <엑스칼리버>의 안무가 제이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제가 또 ‘춤신춤왕’ 아니겠습니까. (일동 웃음) 제이미와 그동안 몇 작품을 함께해 왔는데 항상 꾸짖거나 다그치지 않고 절 계속 기다려줬어요. 오늘만 해도 수십 번이나 저와 파트너가 되어 맞춰줬고요. 또 뮤지컬 연습을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마음이 울컥하는 순간이 생기죠. 이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어요. 이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꿈을 선물하는 일

카이는 성악에서 팝페라로, 그리고 뮤지컬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인재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바쁘다. “<복면가왕>을 녹화할 때마다 매번 감격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죠. 가수뿐 아니라 비연예인까지,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무대를 채워요. 또 랩이나 록 같은 장르의 음악이 불리기도 하고요. 무대를 볼 때마다 ‘노래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이게 바로 무대가 지닌 힘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복면가왕>은 제게는 배움의 장이죠.”

다양한 활동 중에도 카이가 참여하는 한 프로젝트는 선한 영향력으로 입소문이 났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공연 문화를 쉽사리 접하지 못하는 소외 계층 청소년들에게 뮤지컬 관람 기회를 지원해 주는 ‘뮤드림 프로젝트’을 진행하고 있다. ‘뮤드림’이라는 말엔 음악을 통해 꿈을 꾸고, 음악의 행복을 가슴속에 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이 프로젝트는 카이의 개인 비용으로 뮤지컬 티켓을 구매해 청소년을 초청한다. 사실 뮤지컬은 다른 문화보다 진입 장벽이 높다. 영화처럼 티켓 값이 저렴하지도 않고, TV처럼 손쉽게 접할 수도 없는 장르다. 문화예술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이 뮤지컬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속상함을 느낀 것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특히 뮤지컬을 처음 보던 날, 카이가 느꼈던 두근거리던 운명같은 감정을 청소년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제가 처음으로 봤던 뮤지컬은 <명성황후>의 초연이었어요. 극장은 예술의전당이었고 윤석화 선생님이 출연하셨죠. 그날 공연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느꼈어요. ‘와! 이런 게 뮤지컬이라는 거구나!’ 돌이켜보면 그 순간 느낀 감정은 제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런 생각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일을 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었다. 물론 고민도 많았다. ‘나의 만족을 위한 이런 행동이 과연 옳은 일일까’라는 생각에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것은 물론 기도까지 했단다. 그리고 그가 찾은 이 질문의 답은 벌써 10회째 이어가고 있는 ‘뮤드림 프로젝트’로 대신한다. 이젠 팬들과 주변인들 또한 그와 함께 ‘뮤드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이제 카이는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쉴 틈 없이 달려온 그가 생각하는 사십 대는 어떤 모습일까. “제가 가진 성향과 장점, 가치관이 사십 대에 더 빛을 발할 거라 믿어요. 제 장점이 뭐냐고요? 세 번 생각하는 것이요. 물론 저도 어렸을 때는 이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삼십 대부터 급작스럽게 책도 많이 읽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여러 일이 생기면서 이렇게 되더라고요. 사십 대가 되면 제 자신이 조금 더 영글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엑스칼리버>는 두 번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꼭 공연장에서 만나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매사에 진중했던 그가 유머러스하게 건넨 당부의 말 속엔 작품과 자신을 향한 믿음이 묻어났다. 그러니 우린 그걸 믿으면 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9호 2019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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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보라
사진 | 심주호
stylist | 최영주 hair & make up | 이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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