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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FESTIVAL] 제40회 서울연극제 , 불혹의 단단함으로 지켜온 대학로 연극 [No.188]





제40회 서울연극제

불혹의 단단함으로 지켜온 대학로 연극

해마다 5월이면 대학로는 축제의 생기로 싱싱하게 물이 오른다. 대학로를 대표하는 연극 축제 서울연극제가 올해도 4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동양예술극장, SH아트홀 및 마로니에 공원 등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제40회를 맞아 더욱 견실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2019 서울연극제의 면면을 미리 살펴본다.


푸르른 5월, 대학로의 중심 마로니에 공원에서 펼쳐지는 연극인 퍼포먼스 <온리 대학로>를 시작으로 ‘2019 서울연극제(예술감독 남명렬)’의 막이 오른다.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로 출발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무용제와 함께했던 기간을 제외하고 순수 연극제로 축제를 진행해 온 지 벌써 40년이다.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처음에는 국가 주도의 행사로 시작되었으나,

1987년 민간단체인 연극협회가 주관을 맡게 된 뒤 서울연극제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연극제는 창작 초연작을 중심으로, 자유참가작과 해외초청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계 흐름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왔으며, 2001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유일한 연극제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은 오직 창작 초연작만 고집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재연과 초연, 창작과 번역극을 망라한 ‘웰메이드 연극’을 표방하며 쟁쟁한 작품들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역시 창작 5편, 번역극 5편의 고른 분배를 통해 인간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역사와 인간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

이번 공식참가작 번역극 중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품은 라오서 작, 고선웅 연출의 <낙타상자>일 것이다. 번역극 중 유일한 초연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고선웅이 선택한 새로운 중국 희곡이라는 점에서 일단 시선을 끈다. 중국 근대문학사의 대표적인 휴머니스트로 손꼽히는 작가 라오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0세기 초 한 인력거꾼의 인생 역정을 통해 하층민들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처지와 사회구조, 그럼에도 지속되는 삶의 의미를 그려내고자 한다.

이와 함께 이미 초·재연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재연작 4편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마이클 프레인 작, 이동선 연출의 <데모크라시>는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닦은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와 그의 비서로 일했던 동독 스파이 귄터 기욤의 정치 스캔들을 통해, 이데올로기와 민주주의의 복잡한 민낯을 비추는 작품이다. 극단 ETS의 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보다 더 혹독한 대우를 받았던 독일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인권과 인간다움에 대한 묵직하고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한편, 라마플레이의 <집에 사는 몬스터>는 입체적인 공간 운용을 통해 인물의 내면과 관계 맺기에 관한 다층적인 시선을 보여주며, 도널드 마굴리스 작, 이곤 연출의 <단편소설집>은 전국향과 김소진 두 배우가 펼치는 팽팽하고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을 통해 연기예술의 정수를 선보인다.



동시대 한국 사회를 향한 날선 발언

올해 공식참가작 중 창작극 5편은 모두 날카롭고 촘촘한 시선으로 동시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끄집어내고, 이에 대한 의미 있는 비판과 발언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지닌다. 홍지현 작, 박혜선 연출의 <어떤 접경지역에서는>은 8개월 뒤 남북통일이 된다는 가상의 상황을 배경으로, 통일을 마주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해 묻는 연극이다. 빈부 격차, 세대 갈등, 역사 청산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통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날카롭고도 유쾌한 질문을 던진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극단 바바서커스의 <댓글부대>는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이후 여전히 뜨거운 이슈인 한국 사회의 인터넷 여론 조작을 다루고 있으며, 창작집단 LAS의 <대한민국 난투극>은 2014년 동작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절망과 애환을 리얼한 액션과 유머를 통해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김수정 연출이 이끄는 극단 신세계의 <공주들>은 일제 시대 위안부로부터 시작해 미군 부대 위안부, 베트남 전쟁, 기생관광과 현대의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한국 역사의 비극적 메커니즘을 ‘성매매 체제의 연속성’으로 읽어낸 작품이다. ‘구멍(孔)’의 ‘주인(主)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제목 역시 자조적인 비판의 시선을 담고 있다. 창작극 중 유일한 초연작인 이우천 작, 연출의 <중첩>은 자살을 실행 중인 한 남자가, 총알이 총구를 떠나 뇌를 관통하기까지의 짧은 순간에 떠나는 과거 시간 여행을 그린다. 찰나의 순간을 배경으로, 현실과 비현실, 은유와 상징, 이미지와 판타지가 혼재되고 양립하는 새로운 무대 미학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객 속으로 더 가까이, 더 즐겁게

한편, 제40회 서울연극제를 연극인들은 물론 관객 및 시민 모두와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 역시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먼저 개막 행사인 <온리 대학로>는 ‘대학로의 낮과 밤’을 주제로 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연극인과 연희 팀, 그리고 시민 및 예술가가 함께 즐기는 자리이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시민 누구나 배우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희곡을 읽으며 낭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희곡 읽기’가 마련되며, 축제 기간 내내 대학로 야외 및 실내 공간에서는 19개 극단이 참여하는 탈극장 축제인 ‘프린지: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서울연극제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논의하는 학술제와 토크 콘서트도 마련되어 있다.

나이 40을 일컫는 ‘불혹(不惑)’은 더 이상 흔들리거나 세상에 미혹되지 않는 삶의 경지를 의미한다. 올해로 40회를 맞이한 2019 서울연극제는 지난 40여 년간 대학로의 중심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국 연극을 지켜온 서울연극제의 단단한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자, 그 성과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글 | 김주연 공연 칼럼니스트
사진제공 | 서울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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