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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INTERVIEW] <청춘예찬> 김동원, 안재홍, 이재균 [No.160]





<청춘예찬> 김동원·안재홍·이재균

버티기에 빛나는 청춘


만년 고등학생인 스물 두 살의 방황하는 청년과 그에게 가난한 삶을 물려준 의욕 없는 아버지, 무능한 남편 때문에 고생만 하는 어머니. 연극 <청춘예찬>은 구질구질한 인생의 집합체처럼 보이지만, 가난한 이들의 절망이 아닌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설령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누추한 인생일지라도, 누군가와 함께 생을 버텨내는 한 모든 생은 예찬받을 가치가 있다고. 어느덧 스무 살이 다 되어가는 <청춘예찬>이 여전히 무대에 오르는 까닭은 이 때문 아닐까. 각각 다른 궤도를 그려온 김동원과 안재홍, 이재균, 세 젊은 배우가 기꺼이 청년으로 무대에 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청춘예찬>에 마음이 끌렸나.

재홍 궁금했다. <청춘예찬>은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유명한 희곡이니까. 마침 공연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물론 연극 무대 경험이 없으니까, 두렵고 부끄러운, 그런 뻔한 마음도 있었는데 궁금해서 용기 내보고 싶었다. 다른 생각은 안 했다. 이렇게 굉장한 기회가 왔다는 게 감사하다.

재균 학생 때 학교에서 학생들이 하는 <청춘예찬>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인상적이었다. 박근형 연출님을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동원 나도 예전부터 <청춘예찬>이라는 작품을 알고 있었는데, 공연을 보진 못했다. 그러다 4년 전쯤 국립극단에서 한 <빨간 버스>라는 작품으로 박근형 연출님하고 인연이 닿아 그다음 해 <청춘예찬>을 하게 됐다. 그땐 잘 몰라도 풋풋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머리만 커진 것 같은 느낌이다.


개막 첫 주 공연을 재균 혼자 소화했는데, 형들이 공연 보고 칭찬해 주던가?

재홍 별 말 안 했던 것 같은데. (웃음)

재균 내 공연을 제일 많이 본 사람이 재홍 형이다. 6회 공연 내내 매일 와서 봤다. 근데 공연 보고 가서 문자 하나 툭 보내고 만다. 그냥, 별 얘기 안 해도 서로 안다. 그게 좋다.

재홍 재균이랑은 이번에 친해져서 같이 술도 많이 먹고 노래방도 자주 갔다. 노래방 가면 재균이한테 막 이거저거 불러달라 그러는데, 얜 또 다 해준다. 꼭 극 중 청년처럼.

재균 문제는 자꾸 높은 노래만 요구한단 거다.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 같은 거. (웃음) 나야 방송을 통해 안재홍이라는 배우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잖나. 무대 연기도 경험이 없으면 처음엔 몸이 굳기 마련인데, 형은 순해 보이다가도 연습에 들어가면 나라면 못할 것 같은 예상 밖의 연기를 하더라. 바닥에 발라당 발라당 눕는다. 깡다구가 있다고 해야 하나. 진짜 깜짝 놀랐다. 나도 저렇게 용기 있게 해야지, 더 자유로워져야지, 형 하는 거 보면서 많이 느꼈다. 동원 형은 툭 내뱉는 일상적인 대사에도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데, 거기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처음 하는 나랑 재홍 형이 더 연습할 수 있게 많이 양보해 준 것도 너무 고맙다.

재홍 우리한테 좋은 말 해주려고 너무 애쓰는데? (웃음) 난 재균이가 공연하는 거 보면서 동화되는 기분을 느꼈다. 뭔가 같이 서럽고 서글퍼지는? 보는 내내 그랬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재균이의 힘이 아닐까. 아, 동시에 인터뷰하면 이래서 안 좋은 것 같다. 민망해서 못 있겠다. (웃음)



한 역할로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는 건 어떤가.

재홍 굉장한 자극이 된다. 연습하면서 참 좋았던 건, 박근형 연출님이 우리 각자 스타일을 믿고 존중해 주셨다는 거다. 연출님은 연습실에서 ‘삼인삼색’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셨는데, 말 그대로 동원 형이 이렇게 하고, 재균이가 저렇게 하면, 나는 또 다르게 해도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경쟁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동기 부여가 됐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시니까.

동원 동감한다. 지난번엔 혼자 청년을 했는데, 이번엔 재홍이, 재균이랑 같이하니까 느껴지는 게 있어서 좋다.


박근형 연출과의 작업은 어땠나? 기대만큼 좋았나?

재균 좋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특히 배우들이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점이 정말 좋았다. 직접적으로 어떤 질문을 던지거나 특정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연출님과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나도 이번에 배우로서 내 자신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박근형 연출이 극 중 상황처럼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곤 안 했나?

재홍 아, 그건 읽으라고 하셨는데 아직 다 못 읽었다. 내일모레 첫 공연에 딱 맞춰 마저 읽고 새로운 감정으로 무대에 서려고 아껴뒀다.

재균 같은 말을 이렇게 포장할 수도 있구나. 대단하다! (웃음) 나는 세 번쯤 읽었을 때 연출님이 왜 읽으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됐다. 조르바는 일반적인 관습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인물이고,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소위 말하는 지식인인데, 조르바가 가식 없이 던지는 몇 마디에 충격을 받는다. 그렇구나, 깨달음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순간, 순간을 직접 겪어봐야 느낄 수 있는 거구나, 책을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웃음)

재홍 아니다, 잘하고 있다.

동원 연출님이 책을 읽으라곤 하셨지만, 특별히 다른 얘기를 하시진 않았다. 처음엔 나도 극 중 청년처럼 숙제하듯 읽기 시작했는데, 계속 읽다 보니 재밌더라. 책을 읽을수록 학교 선생님이 왜 방황하는 청년에게 ‘조르바’를 읽으라고 했는지, 청년은 왜 계속 그 책을 끼고 다녔는지 이해하게 됐다.



<청춘예찬>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주지만, 서로 마음 깊이 연민하면서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학적인 관계는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인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떤가.

동원 아버지의 행동은 분명 폭력적으로 비칠 수 있다. 청년을 체벌하는 선생님도 그렇고.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1 더하기 1은 2’처럼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도, 마음으로는 그냥 아, 하고 느껴지는 게 있다. 분명 모든 인물들의 감정의 바탕에는 사랑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재균 엄마랑 아빠 사이는 사실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그건 청년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엄마랑 아빠가 싸우다 아빠가 홧김에 던진 게 염산병이어서 엄마가 눈이 멀게 됐다는 게, 아들 입장에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그 일로 이혼하고 나서도 아빠는 재혼한 엄마가 일하는 곳을 계속 찾아가는데, 엄마는 아빠가 찾아오면 또 만나준다. 안마사로 살아가는 없는 형편에 용돈도 준다. 엄마랑 아빠가 저러는 건 뭘까, 우리 엄마 아빠는 왜 이럴까, 청년도 부모를 이해 못할 것 같다. 근데 동원 형 말처럼 머리로는 이해를 못해도 마음으로는 느낄 것 같다. 아버지랑 청년의 대화 중에 “엄마 아직도 그 새끼랑 산대?”, “몰라, 그런가봐, 모르겠어”, “병신들” 이런 대사가 있는데, 처음에는 그 ‘병신들’이 엄마랑, 엄마랑 같이 사는 남자한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공연을 하다 보니 그 대사에서 자연스레 아버지를 쳐다보게 되더라. 난 아버지가 아직도 엄마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은 사랑은 아닐지 몰라도, 청년은 그게 뭔지 느끼는 것 같다. 머리 말고 마음으로. 나 또 내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지금 말하는 게 맞나 싶다. (웃음)

동원 맞고 틀리고가 어딨어.

재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고. (웃음)


<청춘예찬>의 대사들은 일상적이면서도 의미가 있는데, 특히 마음에 훅 들어왔던 말이 있나?

재균 어머니랑 아버지가 하는 대사인데, 어머니가 자길 찾아온 아버지한테 “오만 원이면 돼요?” 그러면 아버지가 “돈 있는데” 하면서 받는다. 그 대사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 뜻 없이 툭툭 던지는 말 같은데, 마음에 콕콕 박힌다.

재홍 그때그때 다른데, 지금 떠오르는 건 친구 용필이가 청년 집에 놀러 와서 자기 전에 아버지한테 하는 “좋은 꿈 많이 꾸세요”란 대사다. 그냥 “안녕히 주무세요” 같은 취침 인사인데, 그 말이 좀 다르게 들린다. 괜히 슬픈 마음을 갖게 하는 대사다.

동원 나는 그 대사가 좋다. 사는 게 늙는 거라는 대사.



청년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길 바라나?

재홍 청년이 마지막에 다시 학교에 가지 않나. 제대로 안 다닐 거, 차라리 그만두라는 선생님한테 “이제 열심히 나오겠습니다” 하는데, 그 말이 노력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이라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노력하는 인생, 그게 바로 청춘이라고 생각하는데 청년이 언제나 청춘이었으면 좋겠다.

동원 이 작품이 초연된 게 아마 1999년이었을 거다. 그때도 세상은 청년에게 살기 힘든 곳이었는데, 지금은 사는 게 더 힘들어지지 않았나. 요즘 같은 세상에 청년을 받아줄 곳이 있을까 걱정된다. 근데 극 중에 “내일의 알 수 없는 희망이 아니라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자신의 의지로 절망의 끝을 살아간 자유로운 인간 조르바처럼, 청년도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재균 술 마시다 하룻밤을 같이 보낸 여자, 그것도 간질을 앓는 나이 많은 여자를 데리고 와서 같이 살겠다고 할 때 아빠가 그런다. 왜 같이 사냐고. 그럼 청년이 “그냥 사는 거지”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 청년은 그 전까지 죽지 못해 살았던 것 같다. 살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까 방황했던 게 아닐까. 그런데 이젠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거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겼으니까. 청년은 아마 곧 애 아빠가 될 테고, 군대를 갔다 와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애쓰겠지만 결국 노가다를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누가 봐도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근데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 다르지 않나. 청년에게는 스스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은 것, 그 자체가 행복인 것 같다. 그 행복을 잃지 않고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0호 2017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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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배경희
사진 | 황혜정
장소협찬 | 커피한약방(070-4148-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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